쉐보레 말리부는 달콤한 휴식이다.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한껏 머금고 있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국GM이 야심차게 출시한 말리부. 차량 공개 후 최초 시승기다.

말리부의 메인 콘셉트는 아름다운 휴양지다. 편안함으로 무장한 차라는 뜻이다. 경남 창원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시승 구간을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원역 주차장에 늘어선 말리부 부대(?)는 해외의 한적한 여행지를 연상케 했다. 수입차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일단 합격이다.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운전석에 올랐다. 시승차량은 2.0 모델이다.

계기판과 특별한 디자인의 내비게이션은 미래 지향적인 GM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계기판은 아날로그식과 디지털식이 공존해 있다. 4바퀴의 타이어 공기압 확인도 계기판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고 주행 중에는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닮은 내비게이션은 존재만으로 첨단 장비 느낌을 살린다.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내비게이션이 위로 열리며 만들어지는 수납공간도 눈에 띤다.

여기서 하나 더. 내비게이션 장착 모델이 아니더라도 내비게이션 장착 모델과 똑같이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모습만으로 장착 유무를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고급 사양이 아니더라도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시동을 걸었다. 정말 조용하다. 계기판을 봐야 알 정도로 소리만으로 시동이 걸렸는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본격적인 성능 테스트는 이제부터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치고 나가는 게 일단 부드럽다. 바닷가의 썰물이 빠지는 듯 부드럽다. 가속페달이 오르간 타입은 아니지만 반응도 빠른 편이다. 고속주행에선 정숙성이 눈에 띈다. 80Km 이상 속도에서도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들리는 엔진음도 적은 편이다.

핸들링은 부드럽다. 힘들이지 않고 좌우 조작이 가능하다. 급커브 구간이 나와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핸들만 돌리면 된다. 핸들링 만큼이나 코너링도 뛰어나다. 단점은 있다. 브레이크와 급가속력 부분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브레이크의 경우 밀린다는 느낌이 든다. 멈추기 위해선 브레이크 페달을 속도가 줄어든 상태에서 한 번 더 꾹 밟아줘야 한다.

급가속력은 경쟁차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급가속력이 최대 단점으로 꼽힌 YF쏘나타보다도 한수 아래다. 2000cc 치고 부족한 출력이 원인으로 꼽힌다. 손동연 한국GM 부사장은 “급가속력은 내구성과 연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편안하고 오랫동안 차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시승 구간은 60Km 정도로 연비는 9.8km/l. 공인연비 11.8km/l보다 낮지만 고속도로에서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내 주행과 같은 것에 비하면 괜찮은 수치다. 말리부는 한국GM이 중형차 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출시한 차다. 현재까지 디자인적인 면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편안함과 정숙성까지 경쟁력으로 내세울 경우 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떨어지는 가속력감을 보안한다면 말이다. 판매가격은 자동변속기 2.0 모델 2185만~2821만원, 2.4모델은 3172만원.

김세형 기자 fax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