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뉴욕 증시가 대폭락으로 마감한 뒤 어지러워진 증권거래소 바닥          출처=fineartamerica.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증시가 요동치는 것이 걱정되는가? 그럴 필요 없다. 그것은 완전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오히려 미국 증시가 어떻게 그렇게 오르기 시작했는지를 걱정하라. 오히려 그것이 미국 경제가 여전히 저금리와 고평가된 자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우 존스 산업 평균 지수는 지난 2일과 5일 이틀간 무려 9%가 하락했지만 이는 조정 한도인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다음날인 6일 567포인트 반등해 2% 상승하면서 S&P 500 기업의 랠리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더 걱정할 필요 없는 이유는 한꺼번에 쏟아진 매도 주문도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대한 우려’라는 가장 진부한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2011년 유럽의 정부부채 위기, 2015년 중국 경기침체 등을 포함해 지난 10년 동안 시장을 뒤흔들었던 디플레이션 공포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과거의 그런 사건들은 경제의 중요한 요소들을 망가뜨렸고 인플레이션을 마이너스 영역으로 몰아냈으며 투자자들은 중앙 은행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더 많은 조치를 해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 투자자들을 사로 잡은 것은 성장이나 디플레이션이나 중앙은행의 부양 조치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그 반대였다. 7일 연준은 성명을 발표하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계속 진행될 것”(further)이라고 말했다.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말은 지난 12월 성명에서는 없었다. 그 때에는 “문제가 없다면 금리 인상이 순조롭게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이 더 커졌다”(more conviction higher rates are in order)라는 민감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후 지난 2일에는 고용이 늘어났다는 1월 고용 보고서와 2009년 이후 임금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보고서가 동시에 발표됐다.

디플레이션 공포가 왔을 때, 투자자들은 정부 채권의 안전성을 추구해 채권 가격을 올려 수익률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현재 미국 채권 수익률은 6일 현재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생산력(productive capacity)을 압박한 결과로 생기는 것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상승 장세를 의미한다. 임금과 수익률의 상승은 경기 침체의 서곡이나 하락 장세의 장기화를 나타내는 신호가 아니다.

사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에 도달했다면, 아마도 금리는 더 인상되었을 것이다.

가격 변동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5년 동안 2% 미만에 머물러 있고 25 년 동안 3%에 미친 적이 없던 시기에 왜 사람들은 고민했을까?

그러나 주식 시장 하락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 해서, 인플레이션이 정체된 상태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일시적인 현상이라 하더라도) 완만하게 나마 임금이 상승하는데 9년이 걸렸고, 또 2000년 이래로 최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가 어떻게 장기 성장을 강력하고 끈질기게 저해해 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진짜 정상이 아닌 것은

최근의 매도 열풍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인플레이션과 금리도 과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채 수익률은 여전히 3% 이하이고, 인플레이션 조정 후에도 1%를 밑돈다. 해외에서는 더 낮다. 이는 근본적으로 장기 성장 전망이 밝지 않았고, 저금리를 유지하며 수 조 달러를 채권 매입에 쏟아 부으면서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애쓴 세계 중앙 은행들의 노력의 결과다.

이제 그런 극단적인 조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연준은 2015년 말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지난 해에는 채권 보유를 줄이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BOJ)도 채권 매입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10년 동안 이어진 극단에 가까운 통화 완화 정책 덕분에 자산 가격은 하늘 높이 치솟았고 변동성이 부자연스러울 만큼 낮게 유지되었다. 지난 5일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5일 현재 미국 주식의 시가 총액은 국내 총생산의 152%에 해당한다. 지난 금융 위기 이전 최고치 때에도 이 수치는 127%에 불과했다.

2008년의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과잉 대출은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졌지만, 위험 투자(수익률이 높은 투자)에 대한 갈망은 비트코인 에서부터 정크본드(위험도가 높은 싼 증권)까지, 토론토에서 시드니의 부동산 시장까지 여전히 깊이 스며들어 있다. 자산 가치의 비정상적 상승은 부진한 성장과 저금리의 세계에서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반면 일본의 주식은 1990년 이래로 14차례, 2008년 이후만도 6차례 하락 장세를 겪었다.

제롬 파월은 지난 5일 자신이 연준 의장에 취임하기도 전에, 최근의 성장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 버블의 붕괴로 나타나는 것을 목도했다. 그러나 연준은 또 다시 금융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지난 해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인한 자산 효과(주식에서 번 돈을 소비 지출에 사용한 효과)가 미국 경제 성장율을 약 0.6% 끌어 올리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골드만 삭스의 계산에 따르면 올해 미국 증시가 20% 하락한다면 경제 성장률을 1.1% 깎아 먹을 것이며, 이는 세제 개혁으로 인한 부양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번의 폭락이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는 없다. 주가는 여전히 높지만 성장, 금리, 변동성에 대한 낙관적 견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 시장은 일반적으로 펀더멘탈을 초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유지되는 한 경제 전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