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서온 기자]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부동산 시장 투기세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시장 안정화와 실수요자 내 집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했다. 이 중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인 LTV와 DTI 규제를 강화하고 지난달 말에는 한층 더 규제를 가한 신DTI를 시행했다. 그런데 이런 용어를 과연 제대로 알아듣고 자기 대출금액을 계산할 실수요자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포털에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취지의 불만 섞인 글이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어 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LTV란 주택담보비율이다. 예를 들어 6억원짜리 아파트에 LTV 60%가 적용된다면 3억6000만원이 대출 가능하다는 뜻이다. DTI는 총부채상환비율로 대출을 받는 사람의 소득을 판단해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LTV와 DTI 한도를 조정한다고 했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의 실수요자는 LTV와 DTI 각각 50%,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각각 70%, 60% 그리고 조정대상지역 외 수도권은 각각 70%, 60% 적용받는다고 했다.

또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신DTI는 DTI와 다른 방법으로 산정한다고 했다. 소득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자는 DTI를 계산할 때 반영하는 소득을 현재 소득이 아닌 앞으로 늘어날 소득을 계산해 이를 기준으로 DTI를 산정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젊은 직장인이 기존 DTI 계산법과 비교해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장래 소득을 예상하는 방법은 은행들이 자율로 정하고 있는데, 은행 대부분은 고용노동 통계상의 연령대별 근로자 급여소득 증가율을 적용하는 게 보통이다. 은행들은 최고치를 정해 그 이상은 반영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올해 말 추가로 적용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기존담보대출 이외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까지 적용해 대출의 문턱을 더 높인다고 한다.

정부가 밝힌 정책 내용들이다. 그런데 과연 정부의 발표를 실수요자를 비롯한 부동산 수요자들이 제대로 알까.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신DTI 계산’이라고 검색하자 지난해 8.2 대책 이후 6개월 동안 총 197건의 질문이 지식인에 등록돼 있었다. 대다수가 어떻게 계산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LTV 계산에 대한 질문 역시 같은 기간 222건이 등록됐고 계산을 부탁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왜 주택구매 수요자들은 네이버에 LTV와 신DTI, DSR에 대해 질문할까? 검색포탈을 제외하고는 주택 실수요자들이 마땅히 정보를 얻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를 뒤져봐도 관련 보도자료만 수두룩할 뿐 한 눈에 수요자들을 이해시킬 그 어떤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영등포구 신길동 한 시중은행을 찾은 40대 장 모 씨는 은행 창구를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집 한 채 없는 무주택자지만 대출 한도 금액이 생각보다 적었고 우선 손에 쥐고 있는 돈이 2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장 씨는 “손에 쥐고 있는 돈이 2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LTV, DTI 규제가 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계속 바뀌고 새로 추가되는 대출규제로 혼란스럽기만 하다”면서 “다주택자를 잡고 실수요자들을 위한 규제라고는 하지만, 용어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어떻게 계산을 해야 하는지 국토부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어려운 말뿐인 보도자료가 끝이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한 인터넷 카페 글을 올린 A씨 역시 게시글에서 “은행을 찾아가도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보다는 내 자금 기준에 맞게 대출액만 알려줄 뿐, 이해되지 않은 점을 물어봐도 상세한 설명보다는 신경질적인 반응이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이 글에는 “자금이 많은 다주택자들이나 투기 세력들이 이같이 어려운 용어에 익숙하지 어느 실수요자가 용어를 바로 이해하고 내 대출가능액을 파악할 수 있느냐”, “길 가다 잡고 물어보면 10명 중 1명은 알까 말까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놓지만 정작 정부 홈페이지나 대출을 해주는 은행 측은 상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기자들이 보는 보도자료도 알아들을 수 없는 수와 수식 천지일 뿐” 등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0일 강남 지역의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것과 관련해 은행들의 대출 동향을 긴급 점검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집값이 급등하는 등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이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회사와 영업점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비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엄정한 제재 조치를 취하라”면서 “31일 시행될 예정인 신(新)DTI 제도가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의 혼란 없이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충분히 이해한다. 응원도 한다. 그리고 걱정한다. 실수요자들이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 주택담보대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계속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게 과연 온당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