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새우가 고래를 잡는 격의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8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건설 해외부실 규모가 4000억원에 이르면서 추가 부실을 우려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양측은 대우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여서 매각 의사를 철회해도 계약 위반은 아니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채권단 보유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약 1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 3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쳐 당시 헐값매각이란 논란이 일어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7일 대우건설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전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143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 일부 자재에서 이상이 발생해 재제작에 들어가면서 3000억원의 대규모 부실이 발생, 잠재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기순손실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한 1474억원으로 집계됐다.

호반건설은 당초 예상과 다른 실적은 물론 대우건설 인수가격에는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만이 고려됐기 때문에 4분기 해외사업장 손실이 나타나자 인수 포기 깃발을 꺼내들었다. 대우건설의 해외 부문 추가 손실의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 영업실적을 크게 악화시킨 카타르 고속도로 현장과 이라크 알포 방파제 공사, 알제리 RDPP, 사우디 Jazan 사업장 등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문제의 해외 사업장 손실은 이미 지난해에 반영이 됐기 때문에 추가손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사전에 부실을 감지하고도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모로코 사업장의 경우 지난달에 자재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손실규모는 미리 파악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 M&A관계자는 “우선협상자 대상자 선정 후 스스로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면서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고민 끝에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