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1993년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용암3리에서 유기농 ‘명일엽’ 재배를 시작한 원대일 씨(당시 33세)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 용람3리는 명일엽을 많이 재배하는 지역인데 원 씨는 유기농 재배를 했다. 흔히 신선초로 알려진 명일엽은 항암과 혈압강화 작용을 하는 약초다.

▲ 강원도 원주시 명일엽 산지. 출처= 풀무원

25년이 지난 후 그는 뚝심으로 성공한 농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기농이란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 풀무원이라는 판로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처음에 동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젊은 놈이 일하기 싫어 농사일 내팽개치고 있다고 수군거렸다. 밭에서 기르는 채소에 벌레가 시커멓게 달라붙었는데도 농약이나 비료를 치기는커녕 벌레를 한 마리, 한 마리 떼어내고 있었으니 당시로선 그런 소리를 들을 만했다.

그는 같은 생각을 가진 마을주민 8~9명과 함께 ‘연정봉(용암3리 옛 지명) 유기농우회’를 조직해 서로를 의지하며 3년을 버텼다. 강원도 원주에서 유기농법으로 명일엽을 재배하고 있다는 소문이 풀무원 상품기획자(MD)의 귀에 들어갔다. 당시 녹즙 생산을 시작한 풀무원은 유기농 작물이 필요했고, 연정봉 유기농우회와 재배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1996년 도내에서 작목반으로는 처음으로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고 이후 풀무원에 유기농 농산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25년째 풀무원에 명일엽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풀무원과 상생재배를 맺은 용암3리 유기농 재배 농가들은 월 1000만원의 고정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22만3600㎡의 넓은 농장에서 신선초와 케일을 생산한다. 풀무원이 판매하는 녹즙 중 신선초의 65%, 케일의 30%를 연정봉 유기농우회에서 공급받고 있다.

원 씨는 “풀무원과 계약재배로 농장의 규모가 굉장히 커졌다”면서 “매주 목요일 출하를 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만 마을 주민 20~30명을 일주일에 5일 고용한다”면서 “다른 농장의 고용인력까지 합치면 계약재배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 신안군·풀무원 수산협력 사업 협약식. 출처= 풀무원

풀무원이 계약재배를 맺은 농가는 강원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의 전국에 다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7월 농협경제지주와 우리 농산물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풀무원은 또 지난달 15일에는 전남 신안군과 ‘수산협력사업 업무협약’을 맺는 등 농가와 어촌 소득 증대와 판로확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농어가 판로확보와 소득증대, 풀무원의 안정된 원료 확보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어 풀무원은 계약재배 물량과 대상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풀무원 직원들이나 농가 모두 힘이 더 솟는다.

풀무원 관계자는 “농어가와 상생하는 계약재배로 회사 기준에 맞는 식재료를 안정되게 공급받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계약재배로 공급받고 있는 농작물은 245억원 규모”라면서 “콩, 녹두, 명일엽, 케일, 돌미나리, 양배추, 당근, 토마토, 인삼을 재배하고 있고 2020년까지 500억원을 목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