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국내 최대 규모 계약재배를 하는 기업.” CJ그룹의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전문 기업인 CJ프레시웨이가 자주 듣는 평가다.

지난 2015년 119억원 규모로 계약재배를 시작해 해마다 그 규모가 2배 이상 늘고 있으니 업계에서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CJ프레시웨이는 2015년부터 한 해 동안 유통할 수 있는 물량을 농가와 미리 계약해 전량 사들이고 있다.

 

올해 계약재배 물량 600억원으로 확대

지난해에는 전국 1100ha(1ha=10000㎡) 농지에서 약 2만8000t의 농산물을 사들였다. 금액으로는 약 530억원에 이른다. CJ프레시웨이는 올해는 이를 약 6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국 11개 지역의 약 1000개 농가와 손을 잡고 축구장 2500개(1800ha)에 이르는 농지에서 4만여t의 농산물을 사들일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는 강원도와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에서 무, 배추, 양배추, 딸기, 쌀, 감자, 대파, 건고추 등 10개 품목을 계약재배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1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농협에서 농가와 월동무(겨울에 수확하는 무)에 추가해 대파와 양배추를 계약재배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농협은 계약재배 참여 농가를 선별하고 농작물을 관리하며 영농법을 전수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참여했다.

제주도 서귀포 일대는 지리상 한라산이 차디찬 북서계절풍을 막아주는 덕분에 겨울철에도 농작물을 재배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토양도 유기물 함량이 많고 배수가 잘돼 무, 대파, 양배추 등 밭작물을 경작하는 데 우수한 조건이라고 CJ프레시웨이 측은 밝혔다.

성산일출봉농협 강금란 소장은 “우리나라의 연간 월동무 생산량의 90%는 제주도, 10%는 해남에서 나온다”면서 “제주도는 월동무 재배 농가가 많아 자연재해와 공급과잉에 따른 시세 등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계약재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소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CJ프레시웨이가 농가와 계약을 맺고 대파, 양배추 재배를 늘린다면 월동무 생산량이 줄고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월동무 판매량이 오르고 농가의 소득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말했다.

▲ 제주도 월동무. 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계약재배 대상 작물과 농산물 구매량을 계속 늘리는 것은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기업도 중간 유통 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불필요한 유통비를 줄일 수 있어 계약재배는 농가와 기업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CJ프레시웨이에서 농산물 유통은 보통 농가→수집상→공판장(경매)→제조사(제분 과정)→CJ프레시웨이 5단계를 거친다. CJ프레시웨이는 계약재배를 통해 유통단계를 농가→지역 농업법인→CJ프레시웨이 3단계로 줄였다. 회사 측은 고품질 농산물을 다량 확보해 상품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 계약재배는 또 품종선별부터 가공·상품화에 이르는 유통의 전 과정에 대한 이력관리를 관리를 할 수 있어 상품 품질의 표준화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가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판로 확보와 소득의 안정인데 계약재배는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해준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월동무를 상생재배를 하고 있는 강동만 씨는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추워 많은 농가가 냉해 피해를 입었다”면서 “무는 수분이 많은 채소라 더 피해가 컸지만 CJ프레시웨이에서 냉해 입은 무를 조각내 피해가 없는 부분을 구매해줘 농가의 손실을 줄여줬다”고 0말했다. 강 씨는 “수집상들은 무를 잘라서 사가지 않는다”면서 “무는 비(費)저장성 채소라 계약재배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들은 냉해 피해를 입을 경우 산지에 그냥 버리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농가와 초과이익 공유”

CJ프레시웨이가 농가와 상생을 도모하는 방법은 계약재배뿐만이 아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쌀 상생재배 농가와 초과이익을 공유했다. 계약재배하기로 한 농지에서 쌀 수확량이 기준보다 많으면 초과분을 수매를 해 농가에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북 익산시 황등면의 127개 농가는 좋은 예다. 지난해 폭염과 폭우로 쌀 생산량이 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수확해보니 예상보다 많아 모두가 놀랐다고 한다. 이들 농가는 계약재배를 하지 않는 일반 농가에 비해 단위면적당 약 9% 이상 많이 수확했다. CJ프레시웨이와 계약재배를 한 농가들은 1필지(3900㎡)를 기준으로 82가마를 수확해 일반 농가(75가마)보다 월등히 수확량이 많았다. 이들 농가는 풍작을 이룬 쌀을 CJ프레시웨이에 팔아 일반 농가보다 평균 13만2500원 더 소득을 올렸다. 단위 면적당 최대 수확량을 올린 농가는 일반 농가보다 120만원이나 더 많은 소득을 올렸다.

익산에서 쌀 상생재배에 참여하고 있는 서상원 씨는 “CJ프레시웨이가 계약재배 전 시험재배로 확보한 재배농법을 표준화해 농가에 보급했다”면서 “이앙 시기부터 수확기까지 정기적으로 농가를 방문해 농업기술을 전수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산량 증대 이유를 설명했다. 서 씨는 “그동안 풍년이 들어도 추곡 수매철만 되면 한 해 소득과 직결되는 수매가 등락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CJ프레시웨이와 계약 재배를 맺고 첫 수확을 한 뒤에는 오로지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어 한결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 농산팀 조원일 상품기획자(MD)는 “계약재배로 품질이 상향 표준화된 쌀을 유통단계를 줄여 대량 공급하면서 회사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렇게 확보한 이윤은 농가 계약재배 면적 확대와 종자확보 비용으로 사용해 결국 농가의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조 MD는 “초과이익 공유는 땀 흘린 농가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면서 ”농가의 열정 덕분에 안정적인 원재료를 구매할 수 있고, 이를 적절한 가격에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과 농가 그리고 고객사가 상생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