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포테토칩’으로 널리 알려진 식품기업 농심의 회사명은 ‘농부의 마음’이란 뜻을 담고 있다. 농심을 반세기 넘게 이끌고 온 기본 정신이다. 농심은 전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민들과 ‘상생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농민상생 프로젝트’, ‘계약재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농가와 맺은 재배계약을 통해 농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재료를 안정되게 공급받는 상생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 창녕 감자농업인 방원식씨. 출처= 농심

“가정용 수미감자 농심의 기술력으로 감자칩 시장 상위권 재진입”

농심은 1980년 국내 최초로 포테토칩을 개발해 생감자칩 시장을 열었다. 농심은 포테토칩의 원료가 되는 감자를 1995년부터 농가와 재배 계약을 맺고 ‘대서’ 품종의 감자를 공급받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계약재배로 농가에서 감자를 공급받고 있다.

감자는 국내에서 6월부터 11월까지만 수확한다.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는 국산 감자를 사용할 수 없어 농심은 수입 감자를 사용해야 했다. 농심은 100% 국산 감자로 높은 품질의 감자칩을 만들면서 감자 농가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맛과 품질이 뛰어난 ‘수미’ 품종에 관심을 기울였다. 수미 품종은 국내 감자 농가 재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주로 가정에서만 소비할 뿐 스낵 회사들의 외면을 받은 품종이었다. 일반 감자보다 당분이 약 11배나 많아 단맛이 풍부하지만 수분이 함량이 높아 으깨지기 쉽고 갈색으로 변하는 등 감자칩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여러 가지 성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공저온공법 개발에 성공한 농심은 수미감자에 진공저온공법을 적용해 2010년 ‘수미칩’을 출시했다. 상대적으로 당이 많은 수미감자를 고온으로 가공하면 감자 특유의 당 성분 때문에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농심은 낮은 압력에서 낮은 온도로 튀겨 지방 함유량을 20~30% 낮추고 감자 고유의 맛과 신선함을 살렸다. 진공상태에서 튀겨 갈변현상도 해결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업 AC닐슨에 따르면 농심의 수미칩은 2015년 1월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제품으로 50억원의 월매출을 기록했다. 통상 제과업계에서 월매출 10억원 이상인 제품을 '히트상품'이라고 여기는 것을 감안하면, 농심의 계약재배로 인한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농심 관계자는 “미리 일정한 물량을 생산하는 계약재배를 했더니, 감자 농가들은 가격이 폭락이나 판매에 대한 걱정 없이 영농 활동에만 몰입해 이전보다 더 높은 품질의 감자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면서 “농심은 국내에서 많이 재배되는 수미 감자로 감자칩을 만들어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심과 감자 농가는 수미감자 상생재배를 다리 삼아 서로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미감자 물량 확보·저장이 열쇠”

농심은 감자칩 시장에서 진공저온공법을 수미감자에 적용해 100% 국내산 감자칩이라는 시장차별화를 달성했다. 감자 재배 농가도 소득 안정의 발판을 마련했다.

농심은 수미칩의 주원료인 수미감자를 확보하기 위해 농협, 영농조합법인, 농가 등과 재배 계약을 맺고 있다. 파종부터 수확기까지 선별, 수확방법, 해충관리 등 현장교육도 한다. 감자의 갈변 방지를 위한 재생치유 기술을 개발하고, 신규지역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는 컨설팅도 지원한다.

▲ 아산 감자 저장고. 출처= 농심

가공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수미감자가 농심의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국산 감자칩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농심의 감자 구매량은 2012년 1만3800t에서 2015년에는 2만3900t으로 근 두 배로 증가했다. 감자 계약재배 면적은 2015년 약 312ha(1ha=10000㎡), 참여 농가 수는 670호에 이른다.

재배 계약으로 물량확보를 하더라도 수확시기가 제한된 감자의 특성상 저장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수미감자 확보가 어려워 대량으로 확보한 감자를 어떻게 저장하느냐가 수미칩의 성공의 열쇠였다. 농심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충남 아산에 약 1만1570㎡ 규모의 감자 저장관리 시설을 증축했다. 최첨단 시설로 170억원을 투자한 세계 최대 규모다.

농심은 감자가 생산되는 시기에 전국에서 생산된 수미감자를 구매해 이를 연중 3도를 유지하는 '항온 제어시스템'과 습도와 공기의 흐름까지 제어하는 '항습 자동제어시스템' 기술로 저장해 감자가 생산되지 않는 시기에도 수미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농민상생 프로젝트”

농심은 농가 간 파트너십을 더욱 다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심 계약 재배 담당자는 600여 농가를 연 3~4회 방문해 재배 기술 향상, 수확량 증대, 농가 소득 증대를 돕기 위한 영농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한 농심 사회공헌단. 출처= 농심

현재 농심은 국내 식품기업 중 한 해 1만t 이상의 국산 감자를 구입하고 있는 기업이다. 농심과 재배계약을 맺고 경남 창녕에서 감자 농가를 운영 중인 방원식 씨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종이지만 대부분 가정에서만 소비됐는데, 이제는 가공용으로 판로가 확대됐다”면서 “농심의 수미감자 구매와 더불어 중간상인들의 구매도 늘어나는 등 최근 농촌지역 감자 거래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농심은 농가에 직접 도움이 되기 위해 회사의 사회봉사단과 함께 농가 일손돕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농심 직원들은 매년 정기로 상생재배 감자 농가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며 농민들과 함께 땀 흘리고 있다.

농심의 각 지방 사업장은 인근 감자 농가와 1 대 1 자매결연을 맺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16년에는 경기도 안성, 2015년에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수미감자 농가를 찾아 일손을 도왔다. 많은 이의 정성이 들어간 감자는 수확 이후 고스란히 수미칩 생산에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