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답고 귀한 보석이 있어도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 말은 우리나라 농어민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농어민이 잠을 아끼고 눈비를 맞으며 일 년 내내 피와 같은 땀을 흘려 수확한 농축수산물들은 그들에게 세상 무엇보다 귀한 ‘보석’이다. 농어민들의 귀한 농축수산물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고 판매돼야만 국가 식품산업 안정화의 근간이 될 수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변동이 심하다. 자연재해에 따른 생산량 감소 혹은 풍년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급등락은 농어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고 불면의 밤을 보내게 한다. 농가의 소득은 늘 불안정하고 농어촌은 도시에 비해 가난하다. 이런 현실은 식자재를 공급받는 기업들에게도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다.

이런 현실을 농축수산물을 공급받는 기업들이 타개하고 있다.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면서 생산물도 공급도 잘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 그 결과물로 ‘계약재배’가 탄생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계약재배란 기업이 농어가와 계약을 맺고 연간 생산량의 일정량을 의무로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고, 농가는 판로 확대와 소득 안정을 꾀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잡이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기업과 농어가 간의 ‘상생’ 바람이 불면서 계약재배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농심, 풀무원 등이 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에 이르는 전국 각지의 농어가와 손잡고 재배 대상 작물과 물량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의 모델로 시작한 상생협력은 이제 기업과 도농어가 간 협력의 모델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그 핵심이 계약재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계약재배는 단순히 식자재 재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어가의 소득증대 실현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해야 한다. 기업과의 계약재배, 정부와 농협의 지원을 받아 과학영농을 해 기업농으로 발전한 농가의 사례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우리 경제의 견인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계약재배의 역사는 일천하다. 불과 수십 년이다. 그럼에도 계약재배가 농어촌에 뿌린 씨앗은 소득증대로 현실화해 도농 간 소득격차를 줄이고 피폐한 도시를 든든히 떠받치는 건강한 농어촌을 되살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기업의 인식변화와 실천이며 난관을 돌파하는 추진력이다. 식품 업계에서 상생협력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전국의 계약 재배 현장을 둘러보고 계약재배 확산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