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랩스가 지난 6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기인 어웨이의 일반 출시에 돌입했습니다. 지난해 8월 처음 공개돼 차량공유 플랫폼인 그린카에 1100대가 장착되어 인기를 끌었으며, 일반에 판매되는 어웨이는 19일부터 배송을 시작합니다.

 

네이버가 어웨이를 출시한 이유는 포털의 경험을 살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는 큰 그림의 연장선입니다. 네이버 내비게이션을 출시할 당시부터 ‘운전을 할 때도 네이버 생태계에 이용자를 가두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어웨이 출시는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닙니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인공지능 플랫폼도 살리는 한편 3D 맵핑기업을 인수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지배, 자율주행차 시장까지 넘보려는 야심이 전부 어웨이에 집중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서 ‘네이버의 야심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ICT 플랫폼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반에 확장시키려는 기업이 네이버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다양한 기업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야심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어웨이가 잘 팔려야 한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어떻게 해야 잘 팔릴까? 어웨이의 기술력도 중요하겠지만 역시 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어웨이의 권장소비자가격은 37만1000원입니다. 비슷한 스펙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기를 살펴보니 대동소이합니다. 매립형을 원할 경우 별도의 설치비용이 들어갈 수 있지만 블랙박스 구입하면서 3만원 추가지불해 설치한 경험을 고려하면,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어웨이를 가동하기 위해 별도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네이버 어웨이가 차량에서 작동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에 따르면 어웨이 이동통신가입은 KT와 협력합니다. 그리고 이용자는 KT가 제공하는 요금제인 스마트 디바이스 요금제와 데이터 투게더 라지 요금제,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합니다. 다만 데이터 투게더 라지 요금제는 KT 가입자만 사용할 수 있으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는 모두 스마트 디바이스 요금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스마트 데이터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무려 10GB부터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10GB에 월 1만6500원, 20GB에 월 24만2000원입니다. 약정할인을 적용하면 최저요금은 1만2375원입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데이터 트래픽에 10GB나 필요할까요? 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3.8기가바이트(GB)입니다. 최근 지표를 보면 기하급수로 트래픽이 올라 6GB를 넘긴다는 보고도 있지만, 이 역시 정체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KT 가입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데이터 투게더 라지 요금제의 존재도 재미있습니다. 데이터 투게더 라지 요금제는 1GB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1GB 기준 월 1만1000원 요금제며 약정할인에 들어가면 8250원입니다. 여기에 데이터선택 76.8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은 상시 50% 할인을 받으며, 데이터선택 87.8/109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은 무료로 쓸 수 있습니다.

네이버 어웨이를 이용하려는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기본 10GB부터 시작되는 요금제와 1GB부터 시작되는 요금제만 선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차이가 너무 큽니다. 게다가 KT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데이터 투게더 라지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만 잘 맞으면 어웨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너무 극단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 아닐까요? 어웨이에는 기술상의 이유로 테더링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네이버의 공식 입장은 KT의 제안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KT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KT는 “스마트 디바이스 요금제와 데이터 라지 요금제 모두 어웨이에만 적용되는 요금제가 아니다”면서 “굳이 요금제를 세분화시킬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KT의 말대로 스마트 디바이스 요금제와 데이터 라지 요금제는 어웨이만을 위해 탄생한 요금제도 아니며, 제공되는 데이터만 보면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큰 문제는 없습니다. 데이터 제공과 요금 등을 고려하면 철저하다 싶을 정도로 KT에 유리하게 짜여져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것들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제공되는 데이터를 다른 용도로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불만이 생길 여지도 줄어듭니다. 사실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가 비슷한 처지이기도 합니다.

다만 최근 가계통신비 인하 논쟁 등을 거치며 통신사들의 ‘영악한 통신비 설계’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뭔가 씁쓸한 뒷 맛을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굳이 요금제를 세분화시킬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말이 의미하는 진짜 본심은 무엇일까요? 그 본심에 대한 추적과는 별도로, 이 글이 네이버 어웨이 구입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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