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안반데기 배추밭. 사진=농협

[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해마다 김장철이면 배추 농가의 시름이 깊어진다. 작황에 따라 배추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현상이 1~2년 주기로 반복되다 보니 그 피해는 농가에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해마다 급등락하는 농산물 가격을 예측할 수 없어 큰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농협은 농가의 판로확대와 소득안정을 위해 2015년부터 생산안정제를 실시하고 있다. 생산안정제는 주산지 중심으로 사전에 자율로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하고 농업인의 강화된 수급조절 의무이행을 전제로 일정 수준(평년 가격의 80%)의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는 제도다. 무·배추·고추·마늘·양파 등 5개 품목이 적용 대상이다.

생산안정제 사업기금은 정부와 지자체, 농협, 농업인들이 공동으로 조성한다. 정부가 30%, 지자체가 30% 농협이 20% 농업인이 20%를 부담하며 가격차액 보전 등 수급대책 추진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그해 작황에 따라 공급이 조금만 늘거나 줄어도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등 가격 변동성이 크다. 생산안정제는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공급 과잉이 예상되면 재배면적을 조절하거나 출하를 중지하고, 시장가격이 크게 오르면 조기 출하를 유도해 수급과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농협이 추진하는 생산안정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생산자 단체가 중심이 돼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절한다는 특징이 있다. 생산안정제에서의 자율수급조절은 60% 이상이 생산자 단체와 생산자로 구성된 주산지협의체를 통해 유기적으로 수급면적 조절시기와 규모가 결정된다.

기존 수급안정사업에서 이를 정부와 지자체가 결정하다 보니 시기가 늦어지면서 농가들의 어려움이 많았던 부분을 고려한 것이다. 또 출하조절 물량이 적어 농산물 수급안정과 농가의 경영안정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감안해 계약물량의 50%까지 수급조절 의무를 대폭 확대해 수급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무 생산량은 51만3000t으로 평년보다 1만7000t이 증가하고, 가을 배추는 147만t으로 평년보다 4만1000t이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가락시장 기준 무 가격은 18㎏에 6762원 평년보다 35% 낮아졌고, 배추 가격은 10㎏에 3747원으로 떨어졌다.

주산지협의체는 생산량 증가로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가을 무·배추에 대한 선제적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했다. 가을 무는 생산초과분인 1만7000t을 웃도는 1만9000t을 자율폐기·수매비축·수출 등을 통해 줄였으며 가을 배추는 생산초과분인 4만1000t 중 1만1000t을 우선 감축해 가격을 회복시켰다.

농가에서도 생산안정제가 채소류의 가격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라며 긍정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소비자들도 해마다 들쑥날쑥하는 농산물을 적정가격에 안정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는다”면서 “2016년에는 생산안정제를 활용한 선제적 도매시장 출하를 통해 한 달 사이 배추가격을 20%가량 낮추는 등 수급조절 능력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생산안정제에 참여하는 농가가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값이 폭락하면 생산안정제에 참여한 농민은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배춧값이 좋다면 농민들의 참여를 유인하기가 어렵다. 또 미출하분에 대한 보상제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