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삼성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물산에 이르기까지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지만 금융계열사 인사만 미뤘다. 재계에선 금융계열사 인사는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 인사에서 드러났듯이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진행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워드, '세대 교체·내부승진'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르면 8일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오는 13일 임추위를 열어 CEO를 포함한 등기임원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삼성증권과 삼성카드는 아직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삼성금융계열사가 잇따라 임추위를 열고 있는 것은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4개 삼성 금융계열사는 다음 달 말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지배구조법 시행으로 이들은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임추위를 구성해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 이사회 결의 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이사회를 통해 주총 안건을 확정하고 해외 주주 등의 위임장을 받는 일정까지 고려하면 통상 한 달 전에는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금융계열사는 이번 주 내외로 CEO 인사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통상 주총 한 달 전에 대표이사를 내정한다”면서 “설 연휴를 생각하면 이번 주 내로 임추위가 소집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금융계열사에 50대 CEO가 전면 배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져 온 삼성그룹 계열사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최근 삼성물산 사장단 인사까지 '60대 퇴진기류'가 나타났다. 금융 계열사도 이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울러 현재까지 CEO 인사가 진행된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제일기획 삼성물산 등의 선례를 보면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내부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 남겨 둔 삼성생명·화재 두 CEO 거취는  

▲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DB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63)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62)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원래대로면 인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60대 퇴진 가능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다른 계열사 인사에서 60대 CEO가 모두 50대로 교체됐다는 것만 아니라면 두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사장의 경우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이를 해결하며 지난해 유임됐다. 안 사장은 지난해 높은 실적을 거두며 사상 최대 배당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등 성과를 거뒀다.

두 사장은 실적도 선방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29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조1499억원)과 비교해 39.9%나 감소했다. 공시만 볼 때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했으나 2016년 순익에 2016년 순익에 반영됐던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실질 순익은 9361억원으로 38.0%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영업이익은 1조7223억원을 기록해 전년(9865억원)보다 74.6% 늘었다. 매출액은 31조9471억원으로 전년(30조4286억원)보다 5% 늘었다.

▲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삼성화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96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8606억원)보다 1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1325억원을 기록해 전년(1조711억원) 보다 5.7% 늘었다. 매출액은 22조251억원으로 전년(21조6861억원)과 비교해 1.6% 올랐다.

결산 배당 규모는 삼성화재가 더 높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결산 배당은 3591억원 규모로 1주당 2000원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1주당 1만원(총 규모 4251억원)으로 공시했다. 2015년에는 삼성생명이 3328억원으로 2214억원인 삼성화재보다 배당 규모가 높았으나, 2016년부터 삼성생명이 2155억원, 삼성화재가 2593억원의 배당 규모를 기록하면서 배당 규모 교차됐다.

부사장그룹, 내부승진 대상 거론 
안민수, '화재→생명'사장 이동? 

이러한 실적과 함께 안 사장은 근무경력으로 인해 삼성생명 사장으로 중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20년간 근무했고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생명 금융사장단협의회 사무국장으로 금융계열사 전략수립을 맡아왔다. 

김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후 삼성에서만 36년째 근무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인사팀장·상무, 상사부문 기계플랜트본부장, 삼성화재 사장 등을 거쳤다. 김 사장과 안 사장은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4년째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두 계열사 부사장들도 CEO 후보로 꼽힌다. 삼성생명 부사장을 보면 방영민 기획실장(59), 최신형 대표이사실 담당임원(58), 심종극 전략영업본부장(56), 김남수 자산운용본부장(55) 등 4명이 CEO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삼성화재는 현성철 전략영업본부장(58), 이상묵 기획실장(57), 최영무 자동차보험본부장(55) 등 3명이 CEO 물망에 올랐다.

증권업 호황, 증권·자산운용 CEO 거취는 

▲ 윤용암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DB

삼성증권을 이끄는 윤용암(62) 대표이사 사장 역시 1956년 1월생으로 60대 퇴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오는 3월로 3년 임기가 만료된다.

윤 사장은 실적만 놓고 보면 연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14억원으로 전년(1742억원) 보다 55.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600억원으로 전년(2116억원) 보다 무려 70.1%나 늘었다. 매출액은 4조4847억원으로 전년(4조4285억원)과 비교해 1.3% 늘었다. 특히 윤 사장이 주도한 자산관리 분야는 PI(자기자본투자), 브로커리지(위탁매매), IB(투자은행) 등 4개의 증권사 핵심 분야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자랑한다.

윤용암 사장은 197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전자 북미총괄 전략기획팀장, 삼성화재 기업영업총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부사장), 삼성자산운용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12월부터 삼성증권을 이끌어 왔다.

▲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삼성자산운용의 구성훈 사장은 앞선 3개의 삼성금융계열사와 달리 나이가 57세로 비교적 젊다. 구성훈 사장은 1987년 제일제당에서 첫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생명에서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구 사장은 2014년 12월부터 4년째 삼성자산운용을 맡고 있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5개 금융계열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하락세다. 삼성자산운용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420억원)과 비교해 9.76% 감소한 379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전년(1325억원) 보다 소폭 줄어 131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이 자회사로 분사하면서 실적 감소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분사 건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이 하락이라기 보단 선방했다는 의견도 있다.  

원기찬(카드) 유임에 무게?

▲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삼성카드의 경우 원기찬 사장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데다가 실적도 좋아 교체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38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3494억원)보다 10.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055억원을 기록해 전년(4309억원) 보다 17.3% 늘었다. 매출액은 3조8999억원으로 전년(3조4701억원)과 비교해 1.6% 올랐다.

원 사장은 나이도 58세로 젊은 축에 속해 60대 퇴진 기류에서 벗어난다. 원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 입사 후 30년 가까이 삼성에 몸담았다. 2013년 12월에 삼성카드 사장에 올랐다. 삼성카드에는 정준호 리스크관리실장(55), 삼성증권에 전영묵 경영지원실장(54)이 부사장으로 있어 CEO 후보군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해체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 부사장급 임원들이 이번 인사에서 금융계열사 사장으로 배치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최신형 삼성생명 대표이사실 담당임원(부사장)은 미래전략실 출신 내부 승진자로 거론된다. 미전실 해체 전까지 삼성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임영빈 전 금융일류화추진팀장(부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인물이다. 미전실 해체 후 삼성 금융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임원들로는 유호석·이승재 삼성생명 전무, 박종문·최인철 삼성생명 상무, 남대희 삼성화재 상무, 장석훈 삼성화재 전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