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전경. 평일 오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장 안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다. (사진= 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애플이 한국에 처음으로 애플스토어를 개장하면서 20년 장기계약을 할 뿐 아니라 해당 기간에 대한 임대료를 한 번에 지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대료는 무려 600억 원에 달한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4-14·18·19 등 3개 필지에 순차적으로 19억3964만 원, 284억 9643만 원, 총 304억3607만 원의 근저당권 설정을 했다. 인근 건물(신사동 545-14)에도 284억 9643만 원의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했다. 이로써 애플이 애플스토어 토지주를 대상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금액은 총 589억3250만 원 규모다.

근저당권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일정한도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이다. 애플은 앞서 2016년 3월1일부터 2036년 2월29일까지 20년간 신사동 534-14·18·19 부지에 대한 장기임대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20년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600억 원에 달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에 대해 20년 치 월세를 선납하고 계약기간동안 생길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의 월 임대료는 얼마에 달할까. 20년 치 월세가 600억 원에 달 할 경우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한 달 임대료는 2억5000여만 원이 된다. 애플스토어 1층 바닥면적은 526㎡(약 159평)으로 3.3㎡당 157만 원인 셈이다. 맞은편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H&M 건물의 총 월임대료가 1억1000여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에 1억4000여만 원이 더 비싸다. 결국 시세보다 비싼 임대료를 무려 20년 어치를 선납한 셈인 것이다. 애플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광고효과’를 꼽고 있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신사동 가로수길은 리테일 업계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며 “브랜드 홍보 등을 위해 소위 ‘안테나 숍’(소비자 선호도나 반응 등을 파악하고 상품촉진을 위한 전략적 점포) 용도로 업계에서는 신사동 가로수길을 선호 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입장에서는 향후 20년 동안 광고판 노른자 위치를 선점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가로수길 프라임 위치는 원하는 가격에 사기가 힘든 만큼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위치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마케팅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업이 브랜드 홍보를 위해 땅값 비싼 지역에 팝업스토어를 개장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삼성 역시 지난 2016년 2월 미국의 셀러브리티들이 즐겨 찾는 명소인 뉴욕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마케팅센터를 열었다. 최근에는 한국 자동차업체인 제네시스가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솔라카브 빌딩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코리아 김성순 리테일부문 전무는 “거의 모든 명품 브랜드 기업은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이미지와 홍보를 위해 플래그쉽 스토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금보유량이 많은 애플이 국내에서 매출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재무적인 측면에서 세금 부담 축소 등을 고려해 이 같은 전략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6일 애플은 작년 4분기 매출액이 882억93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매입을 할 경우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월세를 낸다면 세금공제 및 매출액 등이 줄어들어 세금감면효과가 발생한다.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임대차계약을 할 경우 일반적으로 국내에 소재한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통해 계약을 하는 것과 다르게 애플은 개인 컨설턴트를 통해 토지주와 임대차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추측만이 가능하지만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토지주가 선납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 해당 부지 소유주가 애플과 임대차 계약을 할 시기에 인근 토지를 매수했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록을 확인한 결과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45-14 필지는 2016년 9월 29일을 기준으로 소유주가 바뀌었다. 바로 애플부지의 소유주와 동일인이다.

신사동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그곳(애플스토어 매장) 토지주가 최근에 부동산을 산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히 떠도는 이야기”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신사동 가로수길 부지 매입이 애초에 가능했던 애플이 부동산 매입이 아닌 임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사동 가로수길 토지가격은 3.3㎡당 평균 2억3000만 원~2억7000만 원으로 현재 애플스토어 토지 시세는 365억7000만~430억 원 가량 한다. 600억 원이란 임차료와 비교하면 오히려 더 저렴하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외국 브랜드기업의 특성이란 점을 꼽았다. 실제 국내 매장을 낸 해외 브랜드 중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브랜드는 에르메스,  다이소 등이 전부다. 에르메스는 지난 2006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0-26 에르메스도산파크를 매입한 바 있다.

외국계 부동산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기업은 외국계자본 등과는 다르게 투자목적이 아닌 판매목적을 가지고 있다”면서 “해외 브랜드 기업의 99%는 매장을 낼 경우 직접매입이 아닌 임차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브랜드기업의 경우 임대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효과적인 마케팅과 안정적인 입지조건을 확보하는 것을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고정자산 매각에 따른 차익실현보다 항상 우위에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