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의대 김기웅 교수가 6일 '치매연구 개발사업 공청회'에서 사업 기획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윤선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문재인 정부가 온 국민의 관심 질병인 치매 극복을 위해 10년간 총 1조1054억원을 투입한다. 특정 질환을 정복하기 위한 단일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는 오는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치매의 예방, 진단, 치료, 돌봄, 인프라 구축 등 사업 구축을 위해 치매연구개발 사업을 벌인다. 이를 통해 크게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치매 시장 선점을 통한 국가 산업 경쟁력이 제고 등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5일 오후 2시 서울특별시 소재 양재엘타워에서 ‘치매연구 개발사업 공청회’를 열고 사업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치매 극복 위해 10년간 1조1054억원 투자, 정부가 81% 부담

치매연구개발사업의 목표는 치매발병을 5년 늦춰 10년 후 증가속도를 절반으로 감소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총 1조1054억원이 투입된다. 투자 비용은 정부가 80.8%, 민간이 12%를 부담한다. 이밖에 운영관리비 7.2%도 포함됐다.

그간 치매 연구개발(R&D)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자원통상부, 환경부 등 각기 다른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투자했다. 이 중 복지부(594억원)와 과기정통부(574억원)가 최근 5년간 치매 연구개발 투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복지부는 주로 치료 분야에, 과기정통부는 진단과 돌봄 분야에 특화해 투자 중이다.

문제는 부처 간 연계가 되지 않아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오는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세부 사업비 규모는 각각 2091억원, 2109억원, 2123억원, 1931억원, 2000억원이다. 세부 사업비는 향후 각 분야의 중요도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서경춘 과기정통부 생명기술과정은 “이번에 발표한 계획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기 위한 계획서”라면서 “앞으로 6개월 정도 전문가 검토 후 분야별로 평균 2000억원으로 산정돼 있는 예산이 선택과 집중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치매 원인 규명과 예방 투입예산.출처=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방, 진단, 치료, 돌봄, 인프라 구축 등 5가지 세부 과제

세부과제는 크게 ▲원인 규명과 예방 기술개발 ▲혁신형 진단 기술개발 ▲맞춤형 치료 기술개발 ▲체감형 돌봄 기술개발 ▲치매 인프라 구축 등 5가지로 나뉜다.

원인 규명과 예방 기술개발은 다양한 치매의 발병 원인을 밝혀내 효과적인 예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단은 뇌에 쌓이는 베타-아밀로이드처럼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치매 유발인자 외에도 한국인만의 특이적인 치매 관련 유전자와 발병인자를 탐색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치매가 발병하기 전 정확하게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혁신형 진단 기술개발에서는 정확하고 편리한 치매 조기 진단법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치매의 진단은 환자가 실제 생활에서 증상을 나타내고 비로소 병원에 가서 엠알아이(MRI), 혈액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사업단은 영상진단의 정확도와 일관성을 높이는 기술, 혈액이나 체액을 기반으로 한 최소 침습 진단 기술, 생체신호 기반 진단 기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새로운 진단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 치매 진단 기술개발 투입예산.출처=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다국적제약사도 실패한 '치매완치제' 개발 투자

맞춤형 치료 기술 개발은 크게 치매를 치료하는 신약과 약물이 아닌 치매 치료기술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특히 현재까지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다국적제약사가 근본적 치매치료제 개발에 잇따라 실패했다. 치매완치제가 개발된다면 치매 환자들에게 희소식인 것과 동시에 국가 경제에 큰 이바지를 할 수 있어 주목된다.

사업안 발표를 맡은 김기웅 서울대 의대 교수는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게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근본적 치료제의 목표점을 어떤 물질로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약물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비약물 치료에 대한 수요도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치료제가 개발됐을 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중요한 만큼 이를 맞춤형 치매 치료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 해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맞춤형 치매 치료 기술개발 투입예산.출처=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 등 최신 ICT기술 활용한 치매 환자 돌봄 기술 개발

체감형 돌봄 기술은 국민의 체감도가 가장 빠르고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분야다. 진단이나 치료 기술의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돌봄 기술은 가장 빠르게 상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정부에서도 이를 파악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돌봄 부담을 줄이는 지능형 돌봄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치매 인프라 개발은 앞서 제시한 모든 사업을 통합해 관리하고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이미 많은 치매 연구가 나왔지만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 개발 사업단은 개방형 데이터베이스와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어 치매를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친화적이고 개방적인 연구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치매와 관련한 여러 인체 자원을 모으는 치매 뇌은행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한국뇌연구원 산하 한국뇌은행은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뿐 아니라 자폐증, 우울증, 뇌전증(간질) 등 다양한 뇌 질환을 앓는 환자들과 가족, 또는 일반인으로부터 뇌연구자원을 기증받아 보존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연구자들에게 분양하는 기관으로 지난 2016년부터 전국 각지의 병원과 손을 잡고 한국뇌은행네트워크(Korea Brain Bank Network, KBBN)를 출범시켰다. 치매 인프라 개발사업단은 기초연구가 실제 상용화하기 위한 필수 단계인 임상시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기초·임상 통합 연구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 치매 인프라 구축 투입예산.출처=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 54.8%, "치매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가장 큰 질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대표 국정과제로 치매국가책임제를 약속했다. 국내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통합적인 관리와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의료 선진국에서도 치매 극복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복지부의 ‘2016년 전국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2017년 70만명인 치매 환자는 2050년 303만명으로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관리비용이 2015년 약 13조2000억원에서 2050년 106조500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도 국민은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가장 큰 질환으로 치매를 꼽았다. 치매에 따른 고통이 가장 크다는 국민은 54.8%로 이는 중증질환인 암(14.8%)보다 높은 비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