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100여명이 6일 서울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서 규탄시위를 열었다.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몰려온 작가들은 레진코믹스의 불공정 관행, 작가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 등을 비판하는 한편 이와 관련된 작가에 대한 민사소송을 규탄했다. 이 과정에서 레진코믹스가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하는 것)으로 작가들의 '정신'을 지배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폭로됐다.

레진코믹스와 작가들은 팽팽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레진코믹스가 연재가 늦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지각비를 걷는 한편 공모전까지 연 웹소설 서비스를 일방으로 종료하고 해외 서비스 정산에 늦장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계약과 관련된 심각한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작가들의 주장이다.

▲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가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결정타는 소위 블랙리스트 파문이다. 최근 공개된 레진코믹스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사측이 작가 미치와 은송을 '강성작가'로 분류해 이를 리스트로 만들어 특별관리에 나선 정황이 폭로됐다. 두 작가를 프로모션에서 제외하고 노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며 대표인 레진(한희성 레진코믹스 대표)의 별도 지시사항이라는 점도 명시돼 있다.

레진코믹스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지각비를 비롯해 다양한 논란에 대해서는 일단 사과하고 대책방지를 약속했지만, 블랙리스트 작성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무자가 공식문건을 통해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적절하지 않은 단어를 사용했을 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가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가운데 레진코믹스 관계자가 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논란은 레진코믹스가 블랙리스트 사실을 트위터 등을 통해 알리려는 미치와 은송 작가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더욱 커졌다. 레진코믹스는 지난달 30일 "최근 일부 작가 등에 의한 근거 없는 비방 사태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으며, 근거없는 비방에 나선 은송, 미치 두 작가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6일 열린 규탄시위는 레진코믹스가 블랙리스트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연대)는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서 동요 '뽀뽀뽀'와 가요 '땡벌'을 개사해 레진코믹스를 비판하는 노래를 부르는 한편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총 5개의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연대는 "개인을 겁박하기 위한 소송은 당장 취소할 것"과 "블랙리스트의 운용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 "계약의 불공정 조항을 모두 삭제하고 수정할 것"과 "작가에 대한 가스라이팅"을 멈추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할 것", "공개 간담회를 열어 조건들을 수용할 것을 명백히 할 것"을 주장했다.

▲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가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가스라이팅 시도에 시선이 집중된다.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논란을 덮으려는 레진코믹스의 전략적 접근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는 "레진코믹스가 작가들의 미팅자리와 카톡, 전화까지 관여하고 있다"면서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생긴다고 하는데 그럴 시간에 작가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작가 고소로 이어지며 업계 전반의 불공정 행위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만난 미치 작가는 "작가에 대한 고소, SNS 사찰, 불공정 행위 등을 모두 중지하고 사과해야 한다"면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끝까지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와 주무부처, 레진코믹스와 작가들의 회의에서 레진코믹스는 당장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말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면서 "공개 간담회를 열어 작가들의 조건을 정당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레진코믹스가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상생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레진코믹스는 이와 관련해 소송이 진행중인 관계로 노코멘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