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전지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5일 오전 현대자동차 고양 스튜디오에서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FCEV) ‘넥쏘’를 시승했다.

시승하기 전 넥쏘를 천천히 둘러봤다. 차체 크기는 싼타페와 비슷한 수준이다. 뒷좌석 공간은 오히려 더 남는다. 183cm인 본지 기자가 탑승해도 주먹 두 개가 들어갈 만큼 레그룸의 여유가 있다. 다만 뒷좌석 밑에는 수소저장탱크가 장착돼 있어 좌석은 약간 높은 편이다.

차 내·외관은 미래형 디자인이 대거 채택됐다. 넥쏘는 차량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헤드램프가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차 문 속에 매립돼 있다가 운전자가 나오면 튀어나오는 ‘오토 플러시 도어핸들’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실내는 통합형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다. 기어레버가 없는 대신 각종 버튼으로 가득 차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항공기 조종석인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인터페이스를 보면 주행을 중시한 자동차들이 운전에 집중하도록 스티어링 휠에 대부분 기능을 배치한 것과 확연히 차이 나는 요소다. 마치 자율주행에 몸을 맡기는 동안 천천히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라는 느낌을 받는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다. 시동을 켜면 두 개로 나눠진 화면에 왼쪽엔 각종 주행정보가 표시된다. 센터패시아 상단부에는 내비게이션이 나타난다. 주행가능 거리와 시속은 게시판 눈금 대신 숫자로 표현됐다. 특히 방향 지시등을 켜면 차선 변경하는 후측면 상황이 계기판 가운데에 카메라로 나타난다. 사이드미러로 미처 체크하지 못한 시야를 계기판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수소전지차 '넥쏘' 주행 중 실내.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시승 목적지는 강원 평창의 동계올림픽 메달하우스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소음이나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차가 움직일 때도 마찬가지다. 소리도 없이 움직인다. 일반 차량에서 들리기 마련인 엔진음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너무 조용해서 이상할 정도다. 고속 주행에서도 소음은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귀에 거슬린다.

주행 성능은 여느 전기차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폭발적인 수준의 가속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힘이 부족하진 않았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가속감이 크게 떨어진다. 최고속도인 179km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핸들링과 브레이크 성능은 최근 출시된 다른 자동차 회사 차량과 비슷하다. 승차감은 부드러움이 강조된 편이다. 

주행하면서 테스트해본 반자율주행 시스템(ADAS)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차로유지보조시스템(LFA)와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은 함께 시승한 동승자들도 “잘 만들었다”라는 표현을 남발했다.

LFA는 시속 0~150km 속도에서 차로 중앙을 유지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넥쏘의 LFA기능을 이날 여러 곡선 구간과 급커브 구간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완벽에 가깝게 차선을 지켜냈다.

HDA의 경우, 차선을 완벽히 지키는 것은 물론 모드 지속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HDA모드로 주행을 하다 보면 ‘핸들을 잡으세요’라는 경고음과 그래픽이 나온다. 운전자가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서 자율주행 모드인 차를 제어하라는 의미다. 넥쏘는 이 경고 메시지가 나오는 시간은 약 2분이 걸린다.

▲ 수소전지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HDA는 시간이 흐를수록 차선 인식 능력과 차선 중앙 유지 능력이 개선된다는 점이다. 즉 처음 HDA모드를 켜면 주행 차선 내에서 좌우로 흔들림이 크게 느껴진다.

시트 포지션이 많이 내려가지 않는 단점도 있다. 운전석에 앉아 시트를 조절하면 앞뒤로는 크게 움직이나 상하로는 이동 반경이 적은 편이다.

또 센터패시아가 ‘항공 모함 조종석’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버튼이 많아 이 부분에서 구매자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넥쏘는 페밀리카를 지향하다보니 운전 모드에 '스포츠'가 없다. '에코'와 '노멀'모드만 있다. 

주행을 마친 뒤 확인해본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만족스러웠다. 252km의 시승 구간을 달리고도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134㎞였다. 현대차가 발표한 공인 주행거리 609km에는 모자랐으나, 일반 전기차처럼 충전소를 걱정할 염려는 적어 보인다.

최종 목적지인 평창에 도착했을 때 평균 연비는 89km/kg 였다. 넥쏘의 복합연비는 수소 1kg당 96.2km다.

넥쏘의 구매가는 400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앞서 “보조금을 받으면 기존 내연기관 중형 SUV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맞추겠다”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넥쏘의 연간 판매목표를 3000대로 잡았다. 2022년까지 수소전기차 누계판매 1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