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오각진 기업인/오화통 작가 ]

요즘 큰 숙제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작년말에 부친께서 발간한 ‘가족 백년사’란 책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입니다.

음력 설 때 피드백을 해드리기로 했거든요.

회고록 성격도 있지만, 당신의 평생 일기를 중심으로

80여년 삶의 기간중 본인과 친척들 주요 대소사를 기록한 가족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무려 820페이지 분량에 원고 수정과 편집등에 2년여의 세월을

보태신 것이니 감회가 남다르겠지요.

또한 평소 쌓아만 놓게 되는 족보 대신 이런 가족사를 엮어 놓으면,

후손들이 조상에 대해 기억도 하고, 조상들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지향하지 않을까하는 소신에서 만드셨으니,보람도 크셨겠지요.

물론 일기를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해 자식들은

이견이 있었습니다만, 부친의 뜻을 따랐지요.

일기의 특성상 혹시 주변에서 일부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직계 가족들만 돌려보는 것으로 정리,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충과 정성이 들어간 책이지만,

죄송하게도 대충 훏어 보고 덮어놓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자서전에 가까운 어느 분의 수상집을 읽다가

그분의 어머니와 아내가 떠나던 때의 모습을 보고

가신 분의 흔적이 이런 식으로 기억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모친은 추위가 심한 2월에 돌아가셨으나 장례를 치루는 날은 따듯했다.

아내는 한여름인 8월초였다.그러나 그날은 모두가 더위를 느끼지 않았다.

고맙게 서늘한 날씨였다‘

그 귀절을 보고는 아버지 책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70년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떠난 모습 등이 4장,

2003년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10장,

2010년 작은 아버지는 8장,89년 고모부는 3장,71년 당숙은 ..

이렇게 아버지 주변 분들의 떠난 모습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중 70년 돌아가신 할아버지 난을 펼치자,

서거 경과,장례 절차 ,부고 내용 전문,고인 회상,

친하게 교류했던 분들,유품등의 순서로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작년 말에 장남인 제게 이 책을 건네시며,

앞으로는 가족사의 기록을 책임지고 이어갈 것을 주문하셨는데,

엉거주춤인채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좋은 흔적을 남기는 삶도 중요하지만,

기록을 남기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세밑입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이후 12년간 기업의 CEO로 일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