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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100명 내편 만들기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2.12  15:35:41
   

‘커뮤니케이션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영업도 마찬가지지만 좋은 기사나 영업 실적은 자리에 앉아서 고민한다고 잘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고, 때로는 박대를 당하기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적극적인 성격에 말주변 좋은 사람들일수록 더 낫기는 하다. 때문에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오해도 많다. 십중팔구 나서기 좋아하고 잘 놀고 술 잘 마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입사 면접에서 빠지지 않는 멘트가 ‘자네 술 잘 마시지?’나 ‘폭탄주는 몇 잔이나 마시냐?’는 것이다. 술자리에서도 ‘앞장서서 폭탄주를 마시고 분위기를 띄워보라’는 식의 권유를 많이 받는다.

필자는 지독히도 내성적인 성격이다. 낯도 가리는 편이어서 편한 관계가 되기 전까지는 웬만한 사람들과는 쉽게 말도 나누기 힘들다. 하지만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만큼은 180도로 바뀐다. 직업병인 듯하다.

 

커뮤니케이션도 1만시간의 법칙이 지배한다

한 번 만나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기는 힘들다. 식사 한 번 하는 동안 대화를 나눠봐야 얼마나 나눌 수 있을까? 하지만 오래 하다 보면 경험과 내공이 쌓이는 법이어서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게 된다. 처음 만나 가벼운 대화로 시작해 관심 분야로 빠져들고 다음 만남이 기대되는 관계로 발전한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인간적인 매력이 없으면 사실상 그 다음은 없다고 봐야 한다. 가끔은 아주 무거운 명함을 가진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사람도 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인지도 모르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고부터 5년 정도는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필자를 가르쳐 줄 선배나 상사도 없어서, 누가 이끌어 주기를 바랄 수도 없었다. 혼자 경험하며 부딪혀 보고, 아주 가끔 외부 업계 선배들로부터 몇 마디 귀동냥하는 게 다였다. 업무를 해나가면서도 맞게 하고 있는지, 제대로 하고는 있는지 불안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엔 심각했다. 그때는 기자들의 일과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기에 바쁠 시간에 그것도 아주 억센 경상도 톤과 사투리로 전화해서 욕 먹기도 했다. 아무리 상냥하게 해도 깐깐한 서울 출신 기자들과는 소통이 힘들었다. 심지어 전화를 서너 차례나 매몰차게 거절당하면서 ‘시비 걸지 마라’는 황당한 말을 듣기도 했다. 기사나 식사 약속은커녕 전화를 받아주는 것만 해도 감사했다.

7년 차 정도가 되자 ‘아,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10년이 넘어가자 그간 수많은 기자들과 쌓인 네트워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0년 정도가 되니 감이 왔다. ‘1만시간의 법칙’이 여기서도 통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 달 20여 일 동안 매일 네다섯 시간씩, 일 년이면 1천시간이 되고 10년 쌓이면 1만시간을 돌파한다. 그러다가 13년째 정도가 되었을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 하니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오히려 어려웠다. ‘초심으로 겸손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경험과 내공이 쌓이면 다소 부담스런 이슈에 대한 것도 방법이 보인다. 가까워지고 네트워크가 넓고 깊어지면 그만큼 신뢰도 생기기 마련이다. 머리를 맞대는 사람들이 서로 선배 위치에 오게 되면서 생각도 성숙된다. 피할 것은 더 잘 피하고 알릴 것은 더 잘 알릴 수 있는 단계에 오른다. 커뮤니케이션이 좀 수월해지는 측면도 있다.

 

내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면, 상대도 필요할 때만 찾는다

어느 정도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는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만 알아듣는다. 하지만 오랜 동안 커뮤니케이션을 해오다 보면 한두 마디 말만으로도 다 이해된다. 이런 관계의 기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능력이 빛난다. 몇 명일 때보다 수십 명이 낫고, 세 자리 숫자를 넘어가면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구력이고 능력이 된다.

커뮤니케이터라고 해서 모두가 적극적으로 기자들과 만나서 해결을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내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면 상대도 나를 그렇게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훌륭한 기사감이 있으면 어느 기자라도 환영하겠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못하다. 가리지 않고 기사화된다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열에 일곱은 부담이다. 불경기일수록 숫자가 치명적일 때도 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기사화되면서 오히려 방해가 될 때도 많다. 때문에 사전에 언론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잘 쓰면 보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때문에 평소 가까이 지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필자가 초년병이었을 때 동년배인 모 통신사 기자와 친해졌다. 그때는 언론환경이 지금과는 달랐다. 온라인 매체가 드물었고, 속보 경쟁도 치열하지 않았다. 통신사의 입지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많은 기자들을 접해 보지도 못했기에 그 기자와의 관계가 몇 해를 넘기면서 속마음까지 터놓는 사이가 됐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에 혼자 감당하기에 벅차 했던 필자를 두고 한 선배가 충고했다. ‘너에게 그런 기자가 100명만 있으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선수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 말을 잊은 적이 없다. 친구처럼 지내며 서로 잘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그런 기자를 100명만 만들면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일단 출입 기자가 되면 얼굴부터 봐야 직성이 풀렸다. 친구 같은 사이가 되도록 애썼다. 점심 식사는 놓칠 수 없는 귀한 기회였다. 하루에 점심을 왜 두 번 세 번 먹을 수는 없나 하는 생각도 했다.

연차가 쌓이자 광화문이나 여의도 길거리에는 아는 사람들 천지였다. 한 번 본 사람과 얘기 할 수 있는 수준이 있고, 열 번 만난 사람과 얘기하는 정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성격이 제각각이긴 하지만 오랜 관계는 깐깐함을 이긴다. 진짜 관계는 아무 일이 없을 때 만나야 형성된다. 그 사람만을 위한 만남, 일 때문에 만나는 관계와 비교할 수 없다.

일을 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작전도 짜듯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진행할지 머리를 모으고 논점도 공유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회사에 아무리 구슬이 많아도 언론이 받아들여 제대로 된 기사로 꿰어야 진짜 보배가 된다. 세상에는 빛나는 구슬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만 한정된 언론공간에서 막연히 순서만 기다린다면 기회는 없다.

구슬 꿰는 사람과 미리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 비록 우리 구슬이 빛나지 않더라도, 남보다 더 큰 구슬이 아니라도 제대로 잘 꿰어서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다. 사무실에 앉아 그가 준 명함을 아무리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하더라도 기회는 오지 않는다. 오히려 ‘근처에 일이 있어 왔다 가는 길인데 차 한 잔 하시죠?’하고 우연을 가장해 얼굴을 한 번 더 보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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