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비운(悲運)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인터파크가 재기의 용틀임을 하고 있다. 물류업체 ㈜한진과 업무 협약을 맺고  해외 직구, 역직구 등 해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복권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최초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을 설립해 국내 전자상거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기  후발 주자 경쟁사들에 밀렸고 급기야는 자기들이 내보낸 자회사가 업계 1위로 올라서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 인터파크는 재도약을 위해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3년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사업이 좌절되는가 하면, 해킹을 당해 고객 개인정보를 ‘분실할 뻔’ 했다는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불운의 연속에 휘청거린 인터파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직구, 로또사업 진출로 재기 모색

인터파크는 새해부터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난달 25일  다수의 기업들과 함께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인터파크는 GS리테일, 녹십자웰빙, 삼성증권, 스타트업 육성기업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벤처캐피탈 인터베스트와 헬스케어·뷰티 분야 유망 기업 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인터파크를 비롯한 7개 업체는 헬스케어·뷰티 분야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해 제품의 개발과 생산, 온/오프라인 유통망 지원, 기업 공개(IPO)에 이르는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 

▲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 본사에서 열린 인터파크- ㈜한진 업무협약식. 인터파크 이태신 쇼핑부문 대표(사진 왼쪽)와 ㈜한진 신환산 글로벌사업본부장. 출처= 인터파크

그 하루 뒤인 지난달 26일, 인터파크는 물류업체 ㈜한진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인터파크는 ㈜한진의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해외 직구, 역직구 등 해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협약식에서 인터파크 쇼핑부문 이태신 대표이사는 “한진의 물류 시스템과 네트워크는 인터파크 해외 사업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 성장 중인 해외 직구·역직구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 인터파크는 오는 12월 8일로 사업 운영 기한이 마감되는 복권(나눔로또) 발행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12월부터  2023년 12월31일까지 약 5년간 예정된 제4기 복권수탁사업의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현재 나눔로또는 제3기(2013년~2018년) 사업자로 선정된 건축자재 전문 업체 유진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인터파크는 복권 사업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운영을 도울 파트너 업체들을 찾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오는 27일 입찰 접수를 마감하고 제안서 평가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후 실사를 거쳐 3월 말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국내 복권사업의 연간 수익은 약 4조원(2017년 판매액 3조7948억원) 규모다. 사업 운영사는 이 수익의 약 1.4%인 500억원의 수수료를 가져가 협력사와 수익을 배분한다. 4조원으로 계산하면 운영사는 연간 약 30억~40억원의 순수익을 얻는다. 수익 규모가 큰 사업은 아니지만 한번 인프라를 갖춰놓으면 고정 수익이 5년 동안 들어온다는 점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터파크 외에도 나눔로또의 지분 49.5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10년간 사업을 맡아온 유진기업, 제주반도체 등 3개 기업이 로또 복권 운영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파크 김철수 복권사업 추진단장은 “인터파크는 최고의 기술력과 전문역량을 갖춘 것은 물론 투명성과 건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 공익의 추구라는 복권 사업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눈물 겨운 두 번의 시련 

인터파크는 오픈마켓 ‘4위’ 업체다. 자기들이 공들여 키워놓은 국내 최초의 오픈마켓 G마켓을 글로벌 이커머스기업 이베이에 매각한 이후 국내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그나마 여행부문, 온라인 도서 판매 그리고 공연티켓 판매 사업 부문은 거의 독자 영역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인터파크가 최초로 시작한 온라인 쇼핑 사업 주도권은 후발 경쟁사들에게 넘겨줬다.  

▲ 1996년 인터파크 홈페이지(사진 왼쪽)와 2016년 인터파크 홈페이지. 출처= 인터파크

2015년, 인터파크는 야심찬 도전을 선언했다.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온라인-모바일로 영업하는 은행인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를 위해 인터파크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도와줄 업체들을 모은 ‘컨소시엄(조합)’을 구성하고 SK텔레콤, NHN엔터테인먼트 등 ICT기업과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 등 금융기업, 그리고 유통기업 GS홈쇼핑과 BGF리테일을 참여시킨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인터파크와 함께 사업 인가를 신청한 카카오(카카오뱅크)와 KT(케이뱅크)에만 사업 인가를 내줬고 인터파크는 쓰디쓴 실패를 맛본다. 

인터파크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5월 인터파크는 정체불명 해커의 지능형 지속가능 위협(APT) 공격방식 해킹을 당해 회원들의 개인 정보 2540만3576건이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인터파크는 “해킹 인지 후 유사 사례의 보고 체계에 맞춰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전달했고, 경찰은 범인 검거를 위해 비밀리에 사건을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터파크는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실을 제때 알리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파크에게 개인정보 유출사고 사상 최대 금액인 44억8000만원의 과징금과 2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이전까지 유사 사례의 판례로 내려진 과징금 최고 금액은 5억원이었다.    

다시 움직이다

두 번의 시련 이후 인터파크는 2016년부터 격화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탈(脫) 소셜커머스를 선언하며 오픈마켓 영역으로 진입한 쿠팡, 서비스 개선으로 고정 소비자들을 모으는 위메프와 티몬, 온라인 쇼핑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네이버와 기존 오픈마켓들의 기싸움으로 어지러운 이커머스에서 인터파크는 침묵을 지키며 그 어떤 흐름에도 편승하지 않았다.

인터파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송인서적’의 인수부터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12월, 부도 후 회생 절차에 들어간 서적 도매업체 송인서적을 인수했다. 당시 인터파크는 온라인 도서 판매를 대표했던 업체로써 도서·출판업계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며 송인서적 인수에 다른 어떤 업체들보다 적극 나섰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이력이 아직까지도 여러 모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파크는 법이나 절차를 어기지 않았고 방통위의 과도한 과징금에 대한 소송이 계속되면서 일련의 사실들은 계속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 크게 넘어진 인터파크가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멀리 앞서 나가 있는 경쟁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과연, 인터파크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조(始祖)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