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5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에서 진행된다.  지난해 8월 1심 선고가 난 후 5개월만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며 뇌물공여와 횡령, 재산국외도피, 국회위증, 범죄수익은닉 중 국회위증을 제외한 4개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특검은 지난해 12월27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1심과 동일한 12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나왔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1심 재판부는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지원을 한 것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그룹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을 한 행위라고 인정했다. 2심 재판부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을 움직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2심 판결문이 증거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의 주장은 엇갈린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아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등 그룹 승계를 위한 세세한 현안을 두고 청탁했다는 주장이다. 추상적이고 두루뭉실한 청탁 수준이 아니라 정확하고 계획적인 청탁이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청탁 자체가 없었다는 논리로 일관하는 중이다.

또 다른 중요한 관건은 제3자 뇌물죄 적용 여부다. 특검은 2심 선고를 통해 삼성의 미르, K스포츠 재단 출연금과 정유라 승마지원 등에 단순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모두를 적용했다. 단순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뇌물을 판단하는 것이지만 제3자 뇌물죄는 부정청탁을 받은 공무원이 제3자를 통해 뇌물을 받아야 성립된다.

만약 2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며 제3자 뇌물죄까지 일부 인정하면 이 부회장의 형량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제3자 뇌물죄가 단순 뇌물죄보다 성립되기 어려운 만큼 더 높은 형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박 전 대통령과 공무원이 아닌 최순실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의미심장한 정황이 나왔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특활비 일부가 최순실이 운영하던 의상실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경제적 공동체에 가깝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가운데 2심 재판부의 결정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뇌물죄 적용과 관련해 2심에서 1심과 완전히 다른 판단이 나와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단 출연금의 뇌물죄 적용도 관건이다. 특검은 1심에서 삼성의 재단 출연금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무죄로 봤다. 그러자 특검은 항소심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재단 출연금에 단순 뇌물공여 혐의도 추가하며 어떻게든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제3자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면 단순 뇌물죄라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2심 재판부가 삼성의 재단 출연금도 뇌물로 볼 것인가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묵시적 청탁과 뇌물죄 여부를 두고 빠질 수 없는 논란이 추가독대 정황이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2014년 9월15일 처음있은 후 총 3번 이뤄졌다고 봤지만 특검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2014년 9월11일 소위 '0차 독대'가 있었다고 봤다. 문고리 삼인방 중 하나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증언을 기반으로 하며, 안 전 수석이 지목한 2014년 9월11일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안가에서 약 3시간 머물렀다는 출입기록도 확인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0차독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제가 그걸(0차독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치매"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2심 선고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재산은닉혐의도 형량을 가를 중요한 변수다. 특검은 1심에서 삼성이 최순실이 운영하던 독일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37억원, 삼성전자 하나은행 계좌에 예치된 42억원이 일종의 도피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 계좌의 42억원은 무죄로 판단해 비교적 낮은 형량이 적용됐다. 도피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징역이지만 미만일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2심 재판부가 하나은행 계좌의 예금도 도피자금으로 해석하면 형량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다른 판단이 나오면 형량이 낮아질 수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의 2심 선고를 앞두고 삼성은 물론 외신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유고가 길어질 경우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의 위기까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대부분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없어도 삼성은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