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장을 보기 위해 가는 월마트 인근에 커다란 물품 보관 서비스 업체가 있다. 지나갈 때마다 슬쩍 들여다보면 늘 차량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사람들이 물건을 보관 창고에 넣거나 꺼내서 차에 싣고 나르고 있다.

물품 보관 창고들은 마치 오전에 상점들이 문을 열기 전의 모습처럼 셔터가 내려진 창고들이 나란히 죽 이어져 있다. 야외에 설치된 물품 보관 창고는 공장지대 같은 느낌이 들고, 실내에 만들어진 곳은 언뜻 영업이 끝난 지하상가 같기도 하다.

이사를 하거나 집 수리 중 잠시 짐을 맡겨두어야 할 때는 이 물품 보관 창고가 유용하게 쓰인다. 한국에서는 주로 이삿짐을 맡기는 용도인 물품 보관 창고가 미국에서는 이삿짐을 옮기는 수준이 아니고 작은 박스 하나 정도만 들고 운반하는 경우도 많다.

뉴욕 맨해튼처럼 주택의 규모가 워낙 협소하고 붙박이 옷장 외에는 이렇다 할 수납공간이 없는 곳에서는 거의 모든 가정마다 인근의 물품 보관 창고를 계약해둔 뒤, 계절에 따라서 카페트나 오리털 이불과 같은 큰 짐을 맡기거나 겨울옷은 창고에 넣어두고 여름옷을 꺼내서 집에 보관하는 사람이 많다.

흥미로운 점은 맨해튼 같은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의 주택에 살아서 넓은 지하실이 있고 차고에도 수납공간이 있는 사람들도 물품 보관 창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마을이 있는 곳 인근에는 어김없이 물품 보관 창고 광고판이 보이고 물류 창고들이 모여 있는 건물들이 있다.

물품 보관 창고가 유독 많아 보이는 것은 개인적인 느낌만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에는 맥도날드 매장보다도 물품 보관 창고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업부동산을 다루는 <RE저널>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미국에 있는 물류 창고의 숫자는 4만85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말 기준으로 미국 내의 맥도날드 매장 숫자는 이보다 훨씬 적은 1만4350개이며 스타벅스의 미국 내 매장 숫자는 1만1962개다. 워낙 물품 보관 창고의 숫자가 많다 보니, 물품 보관 창고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모든 미국인 1인당 약 7스퀘어피트(약 0.65㎡)의 물품 보관 창고를 가질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그렇다면 물품 보관 창고를 빌리는 사람들은 집안의 수납공간이 부족한 것이 주요 이유일까. 물품 보관 창고 이용 고객의 65%는 집 안에 창고가 있는 것으로 보면 그것은 아닌 듯싶다.

많은 미국인들이 현재 사용하지 않거나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집에 쌓아두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약 50% 정도의 미국인들은 물건을 버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변했고,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약 23개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집에 쌓아두고 있다고 답변했다.

물품정리 및 보관전문업체 클로젯메이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0명의 응답자 중 39%가 자신이 약간 심각한 정도의 물건을 모아두는 습관이 있다고 답변했다. 7명 중 1명은 자신이 심각한 물건집착 증세가 있다고 답변했다.

주로 호더(Hoarder)라고 불리는 이들은 일종의 강박 장애를 겪고 있어서 현재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쓸모가 있지 않을까 해서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사람들을 말한다. 심지어 31%의 사람들은 아예 깨지거나 망가져서 사용할 수 없는 물품도 집에 보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쌓아두는 곳은 창고 외에도 외부의 사람들이 잘 보지 않거나 들어오지 않는 곳인 침실 등에 쌓아놓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조차도 부족해지면 외부에 물품 보관 창고를 빌려서 짐을 넣어놓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주로 집에 쌓아놓는 물품은 유행이 지난 옷, 더 이상 신지 않는 신발을 비롯해서 오래된 가전기기와 함께 충전기와 케이블, 오래된 잡지와 신문, 오래된 영화 비디오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