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EverEdge Global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우리 모두는 우리가 당면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누구의 잘못인지 알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은 욕심 많은 고용주가, 생산성 저하는 까탈스러운 규제가, 불만족한 시민이 많은 것은 무관심한 정부가 그 원인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의 장기 전망은 종종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중반,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다. 이 혁명은 처음에는 선진국의 기업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들이 기계, 건물 및 컴퓨터 같은 유형 자산보다 디자인, 브랜딩, 연구 및 개발 및 소프트웨어와 같은 무형 자산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회사 중에는 거의 전적으로 무형 자본으로 구성된 회사가 많다. 예를 들어 우버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이 회사의 유형 자산이라고는 사무실과 컴퓨터 등 미미한 수준이다. 대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같은 매우 중요한 무형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회계사들은 대개 무형 자산을 평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유형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 나온 책 '자본 없는 자본주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이제 경제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무형 자산의 경제적 특성

기업의 투자는 물 방앗간에서부터 증기 엔진을 거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꾸준히 변화해 왔다. 그렇다면 무형 투자로의 변화가 왜 특별히 더 중요한 것일까? 무형 자산은 유형 자산과는 매우 다른 경제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무형 투자는 대개 확장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택시 회사의 경우, 확장하기를 원한다면 유형 자산인 택시를 더 많이 구매해야 했다. 그러나 우버 같은 승차 공유 회사가 확장하기를 원할 때는 이미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확장한다. 

둘째, 무형 자산은 대개 완전히 파묻혀 있어 보이지 않아서 그것만 따로 매각될 수 없다. 예를 들어, 노키아가 만든 모바일 소프트웨어 운영 체제 심비안(Symbian)은 2006년에 스마트폰 시장의 73%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 말이 되자 노키아는 시장 점유율을 거의 모두 상실해 파산 직전으로 몰렸다. 당시 노카아가 가지고 있던 중요 유형 자산이었던 헬싱키 본사인 노키아 하우스(Nokia House)는 1억 7천만 달러에 매각할 수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심비안은 따로 팔 수 없었다.

셋째, 무형 자산은 제3자에게 널리 파급되는 (spillover) 속성을 가지고 있다. 영국 기업인 EMI는 비틀즈의 음반 판매로 생긴 현금을 사용해 CT 스캐너를 발명했다. 1971년 런던 병원에서 최초로 CT 스캔을 선보이면서 곧 바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GE가 재빨리 이 기술을 응용해 자체 CT 스캐닝 기술을 개발하자 1976년 무렵 EMI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모두 잃었다. 이것은 지식 자산이 특별히 보호되지 않는 한 쉽게 복사되어 다른 회사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지막으로, 무형 투자는 서로 상승 작용(synergies)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유형 자산들이 함께 결합되면 더 가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의 아이팟(iPod)은 MP3 프로토콜, 소형 하드디스크, 디자인, 그리고 음악 라이센스 계약이 모두 결합된 조합이었다. 전자 레인지도 방위 산업체인 ‘레이시언’(Raytheon)(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레이더 장비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식품을 가열할 수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과, 디자인 능력을 갖춘 가전제품 제조업체인 ‘아마나’(Amana)가 결합되면서 탄생되었다.

▲ 출처= Key Differences

무형 경제의 결과는

그렇다면 경제가 점점 더 무형 자산 위주로 집중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첫째, 불평등이다. 널리 퍼지는 파급 효과는 평등을 위한 힘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디자인이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형 자산이 서로 상승 작용을 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며 확장되면 이것은 불평등의 힘이 된다.

그러나 이 경쟁에서 대개 불평등의 힘이 평등의 힘을 이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선도 기업과 후발 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형 자산의 확장성과 상승작용 속성으로 인해 선도 기업들은 계속 확장을 멈추지 않는다. 회계사들이 무형 자산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경향 때문에, 무형 자산을 많아 가지고 있는 선도 기업들은 파격적인 이익을 누린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자본’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평등에는 적어도 두 가지 다른 중요한 차원이 있다. 어느 한 차원에서는 재능 있는 작가, 배우 및 컴퓨터 프로그래머, 그리고 그들을 조직하고 통제할 수 있는 관리자 및 지도자 같이, 무형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요가 넘치면서 최고 수준의 임금을 누릴 것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차원은, 그런 파급 효과와 상승 작용이 도시 지역에 집중되면서 무형 자산을 창출하고 통제하는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도시와 나머지 지역 간의 문화적 분열을 증폭시킨다. 따라서 도시 거주자들은 자신들의 경제 이익에 부합하는 개방 정책,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자유 무역,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반대 같은 선택에 표를 던지는 성향이 높아진다.  

둘째, 불평등 이외에 무형 경제가 가져온 또 다른 결과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선도 기업들이 무형 자산에 계속 투자를 하는 동안, 후발 기업들은 불확실성과 부적절한 금융 시스템으로 인해 무형 자산 투자를 멀리함으로써, 무형 투자의 전반적인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무형 자본 투자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둔화되자, 파급 효과가 떨어지고 확산되지 못함으로써 결국 생산성 둔화라는 결과를 가져 왔다.

셋째, 무형 경제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점점 더 불필요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투자를 하기 위한 자금은, 건물과 같은 유형 자산을 담보로 하여 조달했다. 은행과 주식 시장은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무형 자산 투자에 기꺼이 돈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무형 자산에 자금을 투자한 벤처 캐피털은 실리콘 밸리와 텔 아비브 같은 곳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못했지만.

넷째, 무형 경제는 공공 정책 어젠다도 바꿀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교육, 통신 기술, 도시 계획 및 공공 기술(public science) 같은 지식 인프라를 촉진하고, 지적 재산 규제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무형 경제로의 전환이 더 많이 이루어짐으로써 성장 둔화, 부적절한 금융 시스템, 소득 불평등, 지역 이기주의 등 우리가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경제 및 사회 추세의 많은 부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인프라나 기존의 금융 및 상업 규제를 늘려 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우리의 대응 자세도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비지니스 스쿨(Imperial College Business School)의 조나단 하스켈 교수와 영국 혁신재단(U.K.’s national foundation for innovation)의 시니어 펠로우 스티안 웨스트레이크 교수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전문 게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