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최근 워라밸을 걱정하는 칼럼이 유력 일간지에 게재됐다.  워라밸은 일(Work)과 삶(Life) 의 균형(Balance)를 조합해 만든 말이다. 최근 젊은층의 삶의 태도를 대변하는 신조어로 자리잡았다.

칼럼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 여행을 갔더니 비행기에 젊은 한국 관광객들이 많았고 4성급 호텔에 한글(구글 번역기가 영어를 오역한) 안내가 붙은 생수가 비치돼 있고, 한국 라면이 룸 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을 보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칼럼은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난해 해외여행 경비로 쓴 돈이 250억달러(약 26조원·11월 말 기준)이며 이 때문에서 154억달러의 해외여행 수지 적자가 났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경상수지 흑자의 4분의1 정도를 해외여행 경비로 소진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칼럼니스트는 이러한 ‘과소비’ 추세는 최근 청년들이 추구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욜로(현재 순간의 즐거움에 충실하자)’라는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고 꾸짖었다. 

칼럼은 얼핏 그럴듯해보였지만 수많은 허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해외여행으로 많은 돈이 국가 밖으로 유출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외여행을 ‘젊은 청년들만’ 가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탄 비행기에 청년들이 많았다고 해서 해외여행 수지 적자가 청년들의 과도한 해외여행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둘째  칼럼의 주장은 신문이 목숨처럼 여기는 '사실'과도 맞지 않다.  2017년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1세~30세 해외 출국자 수는 총 462만1817명이었다.  31세~40세 출국자는 517만4462명, 41~50세 출국자는 489만5235명이었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해외여행수지 적자가 청년들이 여행으로 과소비 한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욱이 경제 능력을 감안하면 21세~30세 청년들과 40대 이상 장년들 중 어느 연령대가 해외에서 돈을 더 많이 쓸 수 있는지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청년 세대가 인생의 가치를 일이 아니라 여가에서 찾는다면 미래가 암울하다'고 한 주장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주장을 펴려면  젊은 세대들이 일과 여가의 균형을 왜 맞추려고 하고 , 현재 자기 즐거움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하는 이유를 천착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이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의 균형을 맞춰 가능하면 일도 여가 생활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작은 바람을 반영한 것이다. ‘욜로’는  일을 하든 여유를 가지든 지금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현실은 어떤가.  정신없이 내려오는 업무, 무한 경쟁은 청년 직장인들에게 워라밸과 욜로는 그저 ‘바람’일 뿐이다. 그렇기에 일과 여가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은 더욱더 커지는 것이다.

해외에서 돈을 물쓰듯 하는 청년층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청년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이 나라에 그런 부자가 얼마나 많은가. 청년들이 해외에서 쓰는 돈이 많다고 매도할 수 있다.  마찬 가지로 부패한 정권과 이들과 결탁한 재벌들이 해외로 빼돌린 돈도 적지 않다고 매도할 수 있는 것이다. 

청년들은 바늘구멍과 같은 취업 경쟁, 직장의 무한 경쟁,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별도의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이를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지지부진한 임금 상승, 물가 상승 부담 등에 허리를 펴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묵묵히 그리고 느리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살고 있음을 이 칼럼니스트는 모르는 것 같다.  워라밸은 청년만의 가치가 아니라 이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깊이 새겨야 할 가치관을 담고 있다고 보면 어떨까 묻고 싶다. 

50~70세대가 남긴 외환위기 극복용 국가부채, 이들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은 모두 젊은 층이 부담한다. 버거운 짐을 지고가는 젊은층에겐 '흥청망청'이라는 모욕의 언사를 내뱉기보다는 따뜻한 격려의 말, 워라밸의 기회를 주는 게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