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대표 스타트업 업계 구루(멘토)가 말하는 성공은 무엇일까? 그들은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고 무엇을 지향하는가?  이들은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중요하며 스타트업은 혁신을 해야 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고 입을 모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일 저녁 서울 강남 위워크에서 '스타트업 한국을 말하다' 행사를 갖고 스타트업의 성공과 이를 둘러싼 논란, 규제에 대해 이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의 사회자로 나섰으며 장병규 4차 산업혁명 위원장,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비롯해 10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인앱주문 서비스 당시 배달의민족 내부에서 벌어졌던 재미있는 사례와 각 대표들이 생각하는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핵심이다.

본격적인 행사 직전 취업 연계 플랫폼 스타트업인 코멘토, 보험 정보를 제공하는 보맵의 소개가 이어진 후 김태호 풀러스 대표의 발표가 있었다. 최근 카풀앱 논란으로 스타트업 규제 논란의 중심에 선 김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주관하는 2월 규제 개선 해커톤이 불발됐다면서  "규제 개선을 위해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프리존보다 규제 샌드박스가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더 필요한 방식이라고 본다"면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행정 조치에 의한 변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행정 조치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 개선을 위한 노력이 빨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 행사에서 대담에 나선 장병규 위원장과 김봉진 대표는 스타트업 성공에 대한 노하우를 공개했다. 8년전 장 위원장은 벤처캐피탈리스트(VC) 신분으로 본엔젤스를 통해 배달의민족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행사가 열린 가운데 스타트업 성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두 사람은 스타트업 투자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VC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올바른 투자 경험을 가진 VC와의 시너지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특정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과 만나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대표는 "본엔젤스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당시 배달앱 시장 1위는 배달통이었으나 배달의민족이 1위라고 끝까지 우겼다"면서 "결국 투자를 받은 후 1년이 더 지나자 배달의민족이 진짜 1위를 했다. 유리한 상황이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우겨서 목표를 달성해도 좋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도 꺼냈다.

장 위원장은 "당시 본엔젤스에서 배달통과 배달의민족 투자를 두고 저울질을 했으나, 누가 더 혁신에 가까운가를 두고 고민한 끝에 배달의민족을 선택했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도 했다.

스타트업과 일반 자영업체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장 위원장은 "스타트업은 혁신이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일반 자영업체도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생태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에 따르면 일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자영업체가 의외로 높은 수익을 거두는 곳이 많다.

그는 "직원 몇 명이 근무하는 작은 자영업체지만 특정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연봉 2억 원을 받아가는 기업을 본 적이 있다"면서 "재미있는 기회가 많으니 우리도 혁신을 중심에 두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성공을 위해 공격적인 서비스 확장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김 대표는 "경쟁사가 앱 내부에서 주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배달의민족은 아직 서비스가 준비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면서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해 배달의민족도 앱 내부에서 주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급하게 출시했지만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고객들이 배달의민족 앱에서 주문을 하면 내부 직원들이 이를 확인하고 전화로 음식점에 전화해 주문을 완료했던 일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덕분에 모든 직원이 야근까지 불사하며 전화기에 매달려 고객의 주문을 확인하고 음식점에 전화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객은 인앱주문처럼 느꼈지만 사실은 아날로그 방식인 셈이다. 김 대표는 "빠르게 인앱주문 서비스를 완료하며 급한 불을 껐다"고 말했다. 서비스 사용자 경험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경험이라는 설명이다.

창업에 대한 생각과 새로운 직원 투입 시기, 조직의 내실에 대한 담론도 나왔다. 장 위원장은 "창업을 끝까지 밀고가라고 말하기는 참 어렵다"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생각을 거듭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직원 투입에 대해서는 "어느 순간 내가 일을 막아내기 위해 허덕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바로 그 때가 새로운 직원을 영입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영진 교체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그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조직을 나가야 할 때도 있다 생각한다"면서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조직의 성장은 리더의 역량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며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고민하는 지점, 업무와 네트워킹의 조율에 대해서 장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업무에 집중하다가 시간을 정해 네트워킹에 자원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글로벌 ICT 업계의 화두인 중국의 존재감에 대해서는 장 위원장과 김 대표의 이견이 갈렸다. 중국 ICT 시장의 성장이 규제 개혁에 따른 공격적인 스타트업 운영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는 공감했으나 규제 개혁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김 대표는 "최근 중국에 가서 화웨이 연구개발 시설 등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면서 "우리 시각에는 '과연 가능할까'라는 것들이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아이템을 보면 '규제가 있어서 어렵겠는데'라는 생각을 하지만 중국은 '무조건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배달의민족도 약 배달을 하려고 했으나 규제에 막혔던 경험이 있다. 부정적인 규제에 대한 의식이 우리 머리속에 너무 깊이 박혀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장 위원장은 '무조건적인 규제 개혁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이기 때문에 규제 개혁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면서 "규제 개혁으로 일이 잘못되면 공산당이 기업을 날려버릴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하다. 규제 개혁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기업의 이기주의는 나쁜 것이 아니다. 성장의 동력이다.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버티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우리의 사회신뢰지수가 너무 낮은 것이 규제 개혁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 전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회를 진행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도 자신의 꿈을 조심스럽게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법조계에 몸 담은 후 LG전자에서 일하고 네이버 대표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면서 "이제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