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의 전성시대다. 한때 일부 전문가들이 빅데이터는 거품이며 과거 CRM과 마찬가지로 잠시 시장의 관심을 받다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CRM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보자면 과거 VOC나 조사기법들에 의존해 분석했던 소비자들의 생각과 심리를 빅데이터를 통해 좀 더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하나의 트렌드로 치부하기에는 그 가치가 꽤 크다.

그런데 필자가 빅데이터 담당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하나같이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실무 활용도다. 물론 소셜네트워크상에서 발생되는 빅데이터 자체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고생해서 분석을 해도 조직 내부에서 그 결과에 대한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나름의 솔루션을 제시해보자면 빅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는 뛰어난 가치를 가지기 힘들고, 결국 내부에 산재되어 있는 수많은 데이터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만 그 빛을 발한다. 누군가가 이를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이외로 간단하다. 바로 기업 내부 데이터의 통합이다. 물론 말은 아주 쉽지만 데이터 통합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필자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빅데이터는 수많은 정보 중 단지 외부에서 수집 가능한 또 하나의 개체일 뿐일 것이다.

이러한 통합에 대한 중요성은 과거 CRM 시절부터 꾸준히 강조되어 왔고, 지금도 고객관리의 필승 조건으로 언급된다. CRM에서의 통합은 기업 내부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별로 수집되는 다양한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하나의 데이터로 정리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간의 고객정보 통합이다. 일반적인 유통회사들은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도 같이 운영하는데, 이때 한 고객이 기업의 두 가지 유통채널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모바일 환경이 발달하면서 중복의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물론 관리 차원에서도 고객 정보 통합은 필수요소지만, CRM 관점에서 보면 멤버십 프로그램에서의 등급제 산정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보통 CRM에서의 고객등급은 기본적으로 RFM(Recency 최근에, Frequency 얼마나 자주, Monetary 얼마나 많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산출되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데이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모두에서의 전체 활동 기록을 포함한다.

고객데이터 통합은 CRM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멤버십 프로그램 운영의 핵심이며, 만약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결국 기업의 고객관리정책은 완전한 실패가 될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은 아주 끔찍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A 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2가지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각각에서 구매하는 고객들의 정보를 하나의 CRM 서버에 통합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서버에 있는 고객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사 차원에서 CRM 전략을 수립하고 공격적인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는데, 그 중심에 멤버십 프로그램의 등급제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시스템 오류로 인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채널 중 한 곳의 구매정보가 잠시 CRM 서버로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전산상으로 끊겼던 데이터들은 복구되면 다시 정상적으로 입력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일부 누락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결국 CRM 담당자는 모든 채널의 구매 데이터가 이상 없이 통합되었다는 전제하에 고객등급제를 산정하고 그 결과에 맞춰 그룹별로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했다. 그런데 자신의 등급에 이상을 느낀 한 고객이 CRM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웹페이지에서 구매 내역을 살펴보던 중 특정 시점의 데이터가 누락된 걸 발견하곤 고객센터에 항의를 한다. 이에 CRM 담당자는 구매 내역을 확인하고 누락된 데이터를 추가 입력한 뒤 등급을 조정해주지만, 이미 해당 기업의 시스템을 불신하기 시작한 고객은 주변에 자신의 일을 공유하고 이 내용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많은 회원들이 자신의 등급을 재확인하기 위해 고객센터로 연락한다.

이런 예는 실제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요즘 같은 멀티채널, 더 나아가 옴니채널 시대에 정교한 CRM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고객데이터의 정확한 통합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적인 CRM을 원한다면 우리 회사의 고객 데이터는 정상적으로 통합되고 있는지 지금 한 번 확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