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1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공개시장 위원회(FOMC)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밝혔다. 차기 의장으로 제롬 파월 Fed 이사가 다음달 취임하는 가운데 옐런 의장의 Fed 활동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의장으로 4년, Fed에서만 14년을 보낸 그의 임기는 이달 중 끝난다.

1946년생인 재닛 옐런 의장은 브라운대와 예일대 대학원을 거쳐 1994년 Fed에 입성했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를 거쳐 2010년 Fed 부의장을 역임했고 2014년부터 제15대 의장으로 Fed를 이끌어왔다. 지난해 11월 차기 의장으로 제롬 파월 이사가 내정된 후 옐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장 임기가 끝나면 Fed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임기는 이달 중 끝난다. 출처=위키미디어

Fed 최초의 여성 의장인 옐런은 임기동안 미국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학계와 업계 전문가 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는 옐런에게 A등급을 줬다. 응답자의 30%는 B등급을, ‘8%’는 C등급을 매겼다. D등급을 준 이들은 2%에 불과했다. 4년전 같은 조사에서 벤 버냉키 전 의장은 응답자의 34%에게서만 A등급을 얻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랜 시간 제로금리에 머물렀던 기준금리도 옐런 의장 손에서 점차 안정세를 찾았다. 2014년 12월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점진적인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1.25%~1.50% 수준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10월 Fed는 자산축소 계획을 밝히며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임기 동안 주요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실업률은 임기 초 6.7%에서 지난달 4.1%까지 떨어져 사실상 ‘완전고용’에 달성했다. 미국 CNBC방송은 옐런 의장 임기 동안 나스닥 지수는 97%, 다우지수는 6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59%나 올랐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시장 지수도 크게 올라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80%, 아르헨티나 머발지수는 무려 400%(5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준금리, ‘3월 인상’ 유력…횟수는 3차례 유력하나 4차례 가능성도

금리인상의 열쇠가 차기 의장인 제롬 파월 이사 손으로 넘어간 가운데 시장분석가들은 다음달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를 선반영하는 FF선물금리로 계산한 3월 금리인상 확률은 99%에 달한다.

Fed는 이날 회의가 끝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올해는 물가상승률이 위로 움직일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3월 금리인상 시그널을 남겼다. 지난달 12월 성명에서 나온 “물가상승률은 단기적으로 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는 표현을 삭제해 향후 물가 상승의 자신감을 보였다.

▲ 31일 FOMC에서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시장참여자도 3월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FOMC 이후 달러 방향성 역시 달러 강세 이벤트는 아님을 시사했다. 출처=하이투자증권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Fed는 성명서를 통해 물가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며 3월 금리인상을 시사했다”면서 “’물가가 2%를 하회할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물가가 올해 상승하기로 예상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물가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이 강화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물가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3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면서 “추가 물가상승 압력 기대는 제한되고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장기 경기 부담은 조금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 횟수에 대해서는 3차례설이 유력하지만 4차례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RSM의 조 브루수엘라스 수석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올해 Fed의 금리인상 횟수는 세 차례에서 네 차례로 수정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