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사물인터뷰 –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르크루제 무쇠 원형 냄비 편

날 기다리고 있는 물건은 냄비다. 냄비랑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데 뭔 대화를 나눠야 하나. 한편으론 마침 배고팠는데 라면 하나 끓여먹어야겠단 생각도 들고. 가만히 바라보니 이 하늘색 냄비는 왠지 달라보인다. 작지만 예사롭지 않은 포스.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지(플) – 전 요알못(요리 알지도 못하는 사람)입니다만.

르크루제 무쇠 원형 냄비 16cm(르) - 안녕. 난 프랑스에서 온 냄비지. 메이드 인 프랑스. 르크루제라는 브랜드 출신이야. 무쇠로 만든 원형 냄비이고 직경 16cm 사이즈. 요리? 배우면 되지.

플 – 라면은 어느 정도 끓여요. 르크루제, 어디서 많이 들어봤어요.

르 – 소개 좀 할게. 90년 전통 프랑스 명품 주방용품 브랜드야. 1925년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 프레노아르그랑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왔지. 무쇠 재질이 르크루제 정체성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르크루제(Le Creuset)란 프랑스어로 용광로를 뜻해. 무쇠를 녹였을 때 색인 주황을 브랜드 상징색으로 삼고 있지.

플 –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있어요?

르 – 당연. 르크루제는 2006년에 한국지사를 설립했어. 10년이 넘었지. 한국인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어. 선조들이 가마솥을 사용했으니 르크루제 무쇠 주물의 특별함을 쉽게 알아차린 게 아닐까?

▲ 사진=노연주 기자

플 – 그럴 수도 있겠네요. 무쇠 주물이면 뭐가 좋아요?

르 – 무쇠 냄비는 주방에서 가장 기본 역할을 할 수 있지. 가마솥 밥처럼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거든. 잡곡밥? 영양밥? 모두 소화 가능해. 열 전도나 보온성이 뛰어나니까 찜, 찌개, 국, 삶은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고. 에나멜 코팅으로 위생까지 챙겼지.

플 – 무쇠면 무겁겠죠?

르 – 2.1kg 정도? 요리할 때 안정감이 있을 거야.

플 – 피부 색감이 참 좋아요.

르 – 르크루제만의 자랑이지. 난 코스탈블루 컬러야. 나 말고도 빨강, 주황, 카시스, 팜, 라피스, 듄, 넛메그, 솔레이, 플린트 등 여러 컬러가 있지.

▲ 사진=노연주 기자

플 – 당신의 탄생 과정도 궁금해요.

르 – 공정을 보면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지. 프랑스 전통 기법을 아직도 고수하거든. 일단 원재료를 모아 용광로에 넣고 1340도 고온에서 녹이지. 모래 형틀에 원료를 부어 성형 주조를 만들고, 숙련된 장인이 꼼꼼히 체크해 연마하지. 그 다음이 코팅 작업이야. 마지막으로 엄격한 제품 검수를 거쳐 완성해.

플 – 뜨거웠겠어요. 지금도 뜨겁겠지만. 혹시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없나요?

르 – 제법 있지. 일단 전자레인지엔 사용할 수 없어. 너무 강불을 사용하면 에나멜 코팅이 손상될 수 있지. 조리도구는 나무, 플라스틱, 실리콘 등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는 게 좋아. 이외에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는데 우리 더 친해지면 차근차근 얘기해줄게.

플 – 얼마예요?

르 – 20만원대. 그런 표정 짓지 마! 한 번 구입하면 할머니가 엄마에게,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는 게 르크루제지. 사람들은 우릴 두고 ‘사용할 때마다 새롭고, 사용할수록 애착이 커진다’고 하더군.

플 – 누가 뭐래요?

▲ 사진=노연주 기자

#POINT 트렌디한 컬러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볼수록 질리지 않는다. 장인이 전통 기법으로 만들었단 이야길 접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르크루제 냄비는 ‘전통과 트렌드를 잇는 현재의 물건’이라는.

무쇠인 까닭에 상당히 무겁다. 처음엔 불만이었는데 오히려 요리할 때 안정감이 느껴진다. 뚜껑 역시 무거워, 요리할 때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게 해준다. 자연스레 원재료 맛을 살려준다.

르크루제는 주방에서 요릴 하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브랜드다. 프랑스 감성 주방을 완성할 수 있는 마침표이기도 하다. 가격 문턱이 높긴 하지만 자녀에 물려줄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특별한 선물로도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