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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보청기’를 ‘이어폰’으로 바라본 올리브 유니온의 혁신
박성연 크리베이트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2.06  07:23:14
   

100세 시대 사람들의 관심사는 건강한 삶이다. 이러한 삶을 지원하는 기기들도 많아졌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는 것처럼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보청기를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보청기는 몇백만원에서 천만원대까지 달하기도 한다. 다행히 2015년부터 청각장애 판정을 받으면 정부로부터 보청기 구매 시 최대 131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장애 판정을 받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 또한 만만치 않다. 정밀검사 비용은 한 회 20여만원이 넘는 데다가 검사는 4번이나 받아야 하며, 실제로 보조금을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이런 현실 탓인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전체 난청 인구 대비 보청기 보급률은 고작 7.5%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들은 막상 난청이라는 문제를 직접 겪지 않으면 알기가 어렵다.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 역시 그랬다. 하지만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친척이 비싼 가격 때문에 몇 번을 망설이다가 400만원 상당의 보청기를 구매했는데, 디자인과 사용법이 복잡해 하루 만에 사용을 포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제의 심각함을 알게 되었다. 송 대표는 학업을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와 보청기의 원리부터 공부해 올리브유니온을 창업했다. 그리고 획기적으로 가격을 낮춘 10만원대의 보청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전략은 보청기의 본질에 집중하고 나머지 불필요한 비용은 모두 제거하는 것이었다. 송 대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보청기들이 비싼 이유를 주요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한 후에 다시 판매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청기에 사용하는 블루투스 칩셋과 주회로를 국내 음향기기 업체와 협업해 직접 개발했다. 또한 크래들로 충전하는 방식을 채택해 크기를 작게 만들거나 충전식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등 부가적인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였다.

보청기는 귀에 들리지 않던 주파수 대역까지 들리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마다 이 대역대가 다 다르다. 그래서 블루투스와 휴대폰을 연결해 간편하게 이 대역대를 파악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어디서나 주파수별 청력검사를 할 수 있고, 검사 결과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따라 환경과 청력 상태에 맞게 주파수를 조절 가능하다. 검사와 조정을 위해 보청기 구매처를 매번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도 더 높아진다. 디자인을 개선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들의 의견도 반영해, 보청기처럼 보이지 않는 디자인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2016년 11월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Indiegogo)에서 시험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반응은 뜨거웠다. 목표금액인 2만달러는 48시간 만에 달성했고, 2017년 1월 기준 총 펀딩금액이 1630%를 초과했다. 직접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면서 함께 제품 개선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1600여명의 자발적인 베타테스터도 모집되었다. 창업 후 1개월 만에 1억원의 투자를 받고, ‘소셜벤처 성장지원 사업’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경제적, 사회적 가능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다.  

http://www.oliveunion.com/ko/

 

INSIGHT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조를 한다는 것은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무척 어려운 일이다. 대체 어떻게 해서 일반적인 보청기 회사의 원가보다도 싼 가격에 보청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바로 ‘보청기’를 ‘보청기’로 보지 않고 ‘이어폰’으로 바라본 발상의 전환 때문이다. 보청기를 의료기기가 아니라 음향기기라고 접근하면 협력해야 할 파트너가 달라진다. 의료기기 전문 회사가 아니라 음향기기 업체가 협업 업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 덕택에 올리브 유니온은 기존 보청기의 1/40 수준의 보청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세상에 없던 기술이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것들을 엮어서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흔히 기술 하면 ‘최신’이라는 수식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연구소에서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더 나은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본질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고, 있는 기술들을 잘 엮어 가격을 대폭 절감하는 것도 혁신이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형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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