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헌법재판소의 전원 재판부의 심판을 받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31일 투자자인 정희찬 변호사가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이 가상화폐 투자자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사건을 ‘전원 재판부 심판’에 회부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재판관 전원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관장하고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

앞서 정부는 사전 심리 절차에서 정희찬 변호사의 헌법소원 청구가 기본적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반박했으나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본안 심리에 회부하게 됐다. 헌재는 정 변호사가 청구가 헌법소원의 기본적 요건을 일단 충족했다고 본 것이다.

법조계는 정 변호사의 청구에 대해 사전심리에서 방어하지 못한 정부가 앞으로 보다 치밀한 법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을 심판하나

사전심리 절차가 헌법소원의 기본적 조건 즉 정부의 공권력은 무엇이고 기본권의 침해와 그 당사자를 확인하는 절차였다면 본안 심리는 정부의 공권력 행사가 어떤 법률에 근거해 기본권 침해한 것이고 그 법률의 목적이 정당한 것인지 따져 보는 절차다.

핵심이 되는 사안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가상통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즉 가상통화 실명제의 위헌성이다.

우선 정부는 본안 심판에서 가상통화 실명제를 실시한 근거 법률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은 국회가 정한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다(법률유보 원칙).

정부는 사전심리 절차에서 가상화폐 실명제의 근거 법률이 금융당국이 은행약관의 변경을 권고할 수 있다는 ‘은행법’과 금융회사의 업무를 감독, 명령, 지시할 수 있는 ‘특정금융정보법’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근거 법률을 명확히 밝히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정부는 이 같은 법률의 ‘입법 목적’이 비실명으로 거래해온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재산권을 제한할 만큼 정당성을 갖췄는지 추가로 밝혀야 하고 그 수단이 적합한 것인지도 주장해야 한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재산권을 제한한 법률의 입법목적과 투자자들의 재산적 기본권의 침해 정도를 비교해 법률의 위헌성을 따지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가상화폐 규제를 위한 일련의 대책에 대해 위헌을 확인하면 가상화폐를 둘러싼 모든 상황은 작년 12월 28일 이전으로 돌아간다.

헌법소원 청구인인 정 변호사는 “본안심판 과정에서 적극적인 입법안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 변호사가 청구한 헌법소원의 소송인단으로 참여하겠다는 투자자는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 재판부에 회부된 사안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접수된 날로부터 180일(6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