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에 서버를 둔 불법 음란물 사이트와 이와 연계된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그는 회원들로부터 사이트 사용료 및 광고비 등 19억여 원의 불법수익을 거둔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문제는 A씨가 회원들로부터 얻은 수익 중 5억여 원어치는 가상화폐 형태의 216비트코인이라는 것. 1심 선고가 내려질 당시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조차 낯설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과 검찰이 압수된 가상화폐에 대해 어떠한 처분을 내릴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1심을 맡았던 수원지방법원은 가상화폐에 대한 ‘몰수’를 요청한 검찰의 구형에 대해 ‘가상화폐는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이고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가상화폐는 ‘추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선고를 하였다.

다만, 1심 법원은 이 사건에 있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가상화폐 중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특정할 수 없다며 실제로는 ‘추징’선고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상화폐 판결로 기억될 이 사건에서 가상화폐에 대하여 ‘몰수’도 ‘추징’도 선고받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고만 셈이다.

명예회복을 벼른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시작됐다. 담당 사건을 맡은 수원지방검찰청은 별도의 비트코인 환수팀을 꾸리고, 대검찰청 사이버 수사과의 협조를 받는 등 공을 들인 덕분에 지난 30일 수원지방법원 항소부로부터 문제가 된 216 비트코인 가상화폐 중 범죄수익임이 명백한 191비트코인에 대한 ‘몰수’선고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비트코인은 비록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화 된 파일이긴 하다. 그러나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고 재화와 용역을 구매할 수 있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정한 범죄 수익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등 외국에서는 이미 비트코인을 몰수한 사례도 있고 비트코인으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피고인이 비트코인의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해 상당한 수익을 봤다는 점도 고려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 사건은 보기에 따라서는 검찰의 완벽한 승리로 끝난 것 같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몰수’선고로 오히려 난감해진 쪽은 검찰이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법조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가상화폐거래는 사실상 도박과 비슷한 양상이며, 가상화폐 역시 가상증표 정도로 부르는 것이 맞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가상화폐의 경제적 가치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가상화폐에 대한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몰수’된 것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것이고, 이 법이 ‘몰수’의 대상으로 삼는 것 역시 제8조 제1항이 정한 각호의 ‘재산’인 만큼 비트코인이 본 판결로 몰수되었다는 것은 결국 법원이 비트코인, 더 나아가 가상화페를 ‘재산’의 일종으로 본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물론 해당 재판부는 이러한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 ‘본 판결은 국가가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될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제의 비트코인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상 ‘몰수’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방론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몰수’의 대상이 된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몰수’에 대한 선고는 법원이 하더라도, 그에 대한 집행은 결국 검찰의 몫이다.(형사소송법 제483조 참조). 

몰수품의 처분을 맡은 검사는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에 따라 정당한 권리가 있는 자에 대한 교부, 파괴, 폐기, 또는 공매절차에 의한 환가의 방식 등으로 이를 처분할 수 있다. 특히 누군가에게 되돌려줄 필요가 없거나 되돌려줄 수 없는 압수물에 대해서는 국고 귀속, 폐기, 공매 후 대가를 보관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처분하게 된다.

비트코인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부인해 온 지금까지의 검찰 입장을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검찰로서는 비트코인을 폐기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가치만도 상당한 비트코인을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선뜻 폐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가상화폐의 해악을 부르짖어 온 검찰이 이제 와서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어 놓고 공매를 주도한다면 검찰은 비트코인에 대한 이중적 태도로 국민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로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몰수’선고를 받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것이 불러일으킬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못한 탓에 가상화폐에 대한 검찰의 딜레마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