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이 멜론 매각 5년 만에 음원 시장 플랫폼에 재진입한다. 엔터테인먼트 히사들과 협력해 새로운 판을 짠다는 각오다. 음원 경쟁력이 인공지능 보이스 사용자 경험과 만나는 현재, 강력한 ICT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행보다.

SK텔레콤은 31일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서울 을지로 2가 SK텔레콤 본사에서 음악사업 협약식을 갖고 연내 음악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식에는 SK텔레콤 노종원 유니콘랩스장,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총괄사장,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 빅히트 엔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가 참석했다.

▲ SKT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한다. 왼쪽부터 JYP 정욱 대표, 빅히트 방시혁 대표, SK텔레콤 노종원 유니콘랩스장, SM 김영민 총괄사장.출처=SKT

공공 성격인 짙은 대의명분도 세웠다. SK텔레콤은 새로운 음악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며 음원 저작권 보호와 거래 기록 투명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거래 비용을 절감해 창작자의 권리를 확대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음악 콘텐츠 사업도 추진하며 창작 활동 지원, 공유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SK텔레콤은 개인 맞춤형 콘텐츠 소비가 가능하도록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를 분석,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와 연동해 음성 인식 스피커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의 핵심 콘텐츠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음원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상품을 통합한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개발도 검토 중이다. 통신, 스마트홈, 영상(Oksusu), 커머스(11번가)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들을 하나로 묶어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차별적 고객 혜택 패키지 개발도 가능하다.

SK텔레콤과 세 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연합은 ICT 생태계 전략의 중요한 핵심인 음원 스트리밍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현재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멜론은 SK텔레콤이 5년 전 매각한 플랫폼이다. 당시에는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전망에 이견이 엇갈리고 있었고, SK텔레콤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과감한 매각을 선택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며 상황이 달라졌다. 인공지능 인터페이스가 음성 사용자 경험으로 수렴되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서 핵심 콘텐츠로 작동하는 것이 음원 스트리밍이다. 네이버는 네이버뮤직, 카카오는 멜론, KT와 LG유플러스는 지니뮤직 등 각자의 음원 스트리밍을 확보하고 이를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동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뚜렷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없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출시하며 T맵 내비게이션, SK브로드밴드와 연동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핵심 콘텐츠인 음원 스트리밍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혔다. 그 대안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직접 손을 잡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전통적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핵심 제작집단과 손을 잡은 지점이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자체적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를 설립하며 더욱 사업 전면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멜론과 지니뮤직 등 기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특히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동되는 사업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아이리버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콘텐츠를 멜론, 지니 등 음악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 신나라, 핫트랙스 등 음반 도소매업체에 공급하는 대목도 중요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외연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공동으로 ‘위드’라는 별도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과 팬덤을 연결해 SK텔레콤의 플랫폼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로드맵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 새로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선순환 생태계. 출처=SKT

5G와 함께 활성화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미래 영상 기술을 활용해 ‘보는 음악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는 지점은 ‘당연한 일’로 평가된다. 그러나 스마트홈과 음원 스트리밍, 커머스 등과 연계하는 그림은 다소 파격이라는 평가다. SK텔레콤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홈 전체를 아우르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노종원 유니콘랩스장은 “열린 마음으로 국내·외 다양한 음악 및 기술 관련 업체들과 협력할 것”이라면서 “국내에서의 소모적 경쟁은 지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음악 컨텐츠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