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31일 KT 경기도 분당 본사와 광화문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관 20명을 급파해 KT 전현직 임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KT가 강릉 올림픽파크 홍보관 개소식을 열어 평창 동계 올림픽 5G 시범 서비스 준비완료를 선언한 날이다. 이 자리에는 황창규 KT 회장을 비롯해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장, 이희범 동계 올림픽 조직 위원장이 참석했다.

KT를 둘러싼 논란이 깊어지면서 과거 KT의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 왼쪽부터 인텔코리아 권명숙 사장, 강원도 정만호 부지사,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이희범 조직위원장, KT 황창규 회장,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 출처=KT

정치자금법 위반?

KT가 현재 받고있는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전현직 임원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시킨 후 비자금을 조성,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가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없다. 법인이나 단체와 관련된 사람도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KT에서 자행된 소위 ‘상품권 깡’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임원이 상품권깡을 시도한 자체가 정치자금법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순수한 개인 기부인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KT가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기위해 정치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황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깊숙이 개입되었다는 주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국감에서 이 문제를 다루려는 의원들이 많아지자 KT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 문제는 지난 8일 한 번 공론화된 바 있다. 당시 KT 새노조와 KT 민주화연대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T 전현직 임원들이 상품권깡을 통해 회사 돈을 횡령, 개인 이름으로 의원들에게 제공됐다는 사실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경찰청 지능수사대는 지난달 29일 KT 전현직 임원들이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조만간 수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KT 새노조는 황 회장 체제의 KT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회장을 지낸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KT는 압수수색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2009년 당시 KT 노동조합 정치자금 제공명단. 출처=KT

정치자금제공 논란, 처음이 아니다?

KT의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참여연대와 KT민주화연대 중심으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태욱 KT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KT의 불법적인 정치자금제공 역사는 상당히 길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9년 당시 KT가 노조를 내세워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조 위원장은 “KT는 당시 민주노총을 탈퇴한 후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다가 발각당한 사례가 있다”면서 “허울뿐인 노조를 내세워 그동안 지속적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이 말한 2009년 사건은 김구현 당시 KT 노조위원장과 최장복 정책3국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0만원을 받은 사건이다.  조 위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KT의 불법적인 행위가 계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는 “KT는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어용노조(새노조가 아닌 1노조)를 내세워 금액을 소액으로 쪼개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면서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