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닷컴과 버크셔해서웨이, JP모건체이스가 30일(현지시간) 합작 의료 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 회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출처= 마켓워치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마존닷컴이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JP모건과 손잡고 자체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의료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 몇 달 동안 의료 사업 진출을 계속 넘보던 아마존이 마침내 그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 해 식품 전문 소매업 홀푸드(Whole Foods Market) 인수에 137억 달러(14조 7천억원)를 쏟아 부은 아마존으로서는 또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새로운 시도다.

그러나 온라인 소매 업체가 클라우드 컴퓨팅, 드론, 가젯(전자 기기), 영화 제작, 그리고 이제 의료 분야까지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함에 따라, 개인 정보 보호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우리 일상에 대한 지배적 역할이 더욱 커짐으로 인해 개인 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를 테면, 우리의 주간 쇼핑 목록, 식습관 및 가정내 알렉사 비서를 통해 이미 우리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회사가 우리 의료 행위에도 관여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우려다.

하버드 법대의 건강법 정책 교수인 글렌 코헨은 이렇게 말한다.

"아마존은 이미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제공하는 2일 배송과 우리 정보를 교환했으니까요. 거기에 우리의 건강 관리 정보까지 더해주면 어떻게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누군가 그런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제 그런 우려가 더 커질 것입니다."

아마존의 이번 발표는 일반 대중에게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 고를 공개한 후 일 주일만에 나온 것이다. 이 매장은 계산원의 자리에 카메라, 스캐너 및 적외선 센서 네트워크를 설치해 고객이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 값을 자동으로 청구한다(이를 위해서 우리는 또 당연히 우리의 정보를 제공했다!).

1996년 제정된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PA: The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은 건강보험회사나 기타 단체가 신분을 식별할 수 있는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연방 정부는 또 마케팅 목적이나 은행의 대출 결정에 의료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세 회사의 합작 회사가 HIPAA의 적용을 받더라도, 정확하게 무엇이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예외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클린턴 정부에서 백악관의 HIPAA 담당관이었던 피터 스와이어 조지아 공대 교수는 "이 법은 전통적인 건강 보험과 의료기관을 다루지만, 오늘날의 기술이 만들어내는 건강 관련 정보의 여러 출처들을 다루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건강 관리에 관한 책이나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많은 피트니스 및 건강 관리 앱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가 의료 기록을 수집하거나 공유하지 않더라도, 건강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환자의 습관과 이력을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도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고 있음 보여주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 최근에 새로운 사업의 보안 및 규정 준수 요소를 총괄 운영할 수 있는 HIPAA 전문가 구인 공고를 사이트에 올려 놓은 상태다.)

▲ 출처= LA Times

하버드의 코헨 교수도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환자는 의사의 진료를 예약하기 위해 우리 시스템을 1년에 6회 이용할 뿐이다’라고 해도 이 환자의(아마존의 구매 고객이라면) 물품 구매 기록과 비교해 어떤 연결성을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굳이 건강 관리 관련 정보가 아니더라도 (건강관리를 위한) 풍부한 정보 소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독감 계절이 시작되면 의사의 진료를 예약한 사람에게 감기약이나 독감약 구매 추천을 하거나, 최근에 임신 진단이나 태아 비타민제를 주문한 고객에게 산부인과 의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의료 기록이나 이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 건강 관리 비용이 절감된다는 연구까지 나와 있다. 그러나 노트르담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의 멘도자 경영대에서 의료 기술과 사생활 보호를 전공하고 있는 아이드리스 애드제리드 교수는, 특히 기업들이 어느 환자가 특정 질병이나 만성 질환에 걸릴 지 추정하기 위해 예측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 그런 접근은 개인 정보 를 침해할 위험성이 높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아마존은 인공 지능과 머신 러닝에 정통한 데이터 중심의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가 건강 관리 산업에 무엇을 가져 올지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건강 관리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도전 사이에는 언제나 긴장이 있게 마련이지요.”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 이 세 회사가 세우는 합작 회사는 우선 자체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겠만, 이들의 서비스가 보다 광범위한 인구까지 확장되는 경우(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뉴욕에서 경영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있는 스티븐 벡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이 회사에 대해 거의 알려진 게 없지만, 세 회사 소속의 120만 명 직원을 위한 비영리 건강 관리 서비스 제공자로 시작한다면 놀랄 사람이 아무도 없겠지요. 하지만 몇 년 후 이 서비스는 일반 소비자를 위해 아마존 프라임에 추가되는 또 하나의 혜택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가는 길을 지켜본다면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는 명백해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