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법원이 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판결을 내렸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논란이 있는 가운데 법원이 가상화폐의 재산 가치를 공식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 8부는 30일 음란물을 제작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안 모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안 씨에 대해 약 6억 9500만원을 추징하면서 그의 소유 비트코인을 몰수한다고 선고했다.

몰수한 비트코인은 압수한 약 216.12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으로 판명된 약 191.32비트코인이다.

이번 몰수 판결은 법원이 가상화폐의 재산 가치를 인정한 첫 번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화폐의 규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는 정희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안국)는 “현재 가상화폐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절차에서도 가상화폐의 재산적 성질은 다툼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피고인 측은 1심에서 “현행법상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는 법률규정이 없고 정부에서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시세가 실시간으로 급변하여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데다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10분마다 거래기록이 갱신돼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비트코인과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몰수의 대상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상 몰수의 대상은 물건에 한정하지 않고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의 재산적 가치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기존 게임머니도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한다”며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압수물의 동일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인 안씨의 전자지갑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했다”며 “이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됐으므로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이유로 압수된 비트코인이 동일성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압수의 논거를 제시했다.

법조계는 몰수된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공매절차를 통해 현금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매절차에서 비트코인을 낙찰 받은 사람이 낙찰대금을 납부하면 국가가 그 대금을 국고로 귀속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는 것. 낙찰대금이 공매당시 시세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희찬 변호사는 “낙찰 당시 해당 비트코인만이 갖는 유의미성 때문에 입찰경쟁이 치열해지면 낙찰대금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안 씨는 3년간 음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음란물을 유포하고 추적이 어려운 전자문화상품권과 비트코인으로 수익금을 받은 것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