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가상통화 헌법소원과 관련, 정부가 금융위를 내세워 투자자의 위헌 청구에 대해 적극 반격하고 나섰다. 청구인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 청구에 대해 곧 본안심리 여부를 결정을 앞두고 있어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청구인 정희찬 변호사는 29일 정부가 지난 25일 제출한 의견서에 반박 서면을 제출했다. 정부의 25일 자 의견서는 국무조정실이 아닌 주무부서 금융위원회가 직접 작성 제출했다.

정부 "공권력 행사 아니다"

금융위는 먼저 투자자인 정희찬 변호사의 청구가 처음부터 헌법소원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13일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내부‘논의’일 뿐 권력적 사실행위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헌법소원은 국가기관의 정책 집행과 같은 ‘권력적 사실행위’가 공권력의 행사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야 심판 청구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가상통화로 인한 투기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범죄의 단속과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가상통화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및 거래 투명성 확보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차관회의를 열게 됐다”면서 “지난해 12월 13일 공표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은 투기과열을 방지하고 건전한 가상통화 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행정기관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 즉 ‘논의’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책집행이라는 권력적 사실행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또 “지난해 12월 28일 공표한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은 그해 7월부터 금융당국과 은행들과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들의 협조를 얻어 가상계좌서비스의 신규 제공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이러한 요청은 비권력적 사실행위로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의견서에서 특히 회의를 바탕으로 논의되는 과정에서 은행권이 자발적인 협조로 가상계좌 개설을 금지한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청구인측인 정 변호사는 "단지 수차례 회의를 했다고 하지만 회의록이 없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 회의의 실질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일축하며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다섯 차례 이뤄진 여러 회의 형식의 모임을 통해 정부는 금융위와 금감원 소속 공무원들의 구두상의 의사표명에 의한 영향력을 금융회사와 가상통화 거래소에 적극 행사했다”며 “이런 영향력이 올해 들어 지난 23일 ‘가상통화 거래소 현장조사 결과와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발표로 이어졌다”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정부가 주장하는 회의는 긴급대책과 특별대책의 내용을 공표하고 집행, 실현해 나가는 권력적 사실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정 변호사는 시중 은행들이 금융위의 지시에 따라 신규 가상계좌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통화 거래소가 사실상 영업 일부 정지 처분을 받게 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금융위는 일련의 대책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부 "기본권 침해 없어" Vs 청구인 "계속적으로 침해될 가능성 있다"

금융위는 “은행에 대한 가상계좌서비스 신규 제공 중단 요청으로 20곳의 거래소 중 가상계좌를 사용한 7곳만 신규로 가입이 되지 않았다”며 “나머지 13곳은 소위 벌집계좌를 사용하고 있어 정부 대책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금융위는 “청구인이 정 변호사가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신규가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이 아니어서 재산적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금융위는 “당 위원회가 은행권에 대한 요청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28일 빗썸의 비트코인의 가격은 전일 대비(관측시점부터 24시간전) 10.98% 하락했으나 바로 반등하여 올해 1월 5일까지, 지난 해 12월 28일 보다 28.63% 상승했다”면서 “정부의 가상통화 대책으로 시세변동에 따른 재산권 침해가 있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청구인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서 얻는 이익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기본권의 침해가 있더라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30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이날부터 누구나 가상통화 취급 업소에 신규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가입이 불가능한 사정은 더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 변호사는 반박 서면에서 “정부의 대책으로 빗썸과 같은 대형거래소를 이용하지 못하고 벌집계좌로 운영하는 소규모 영세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청구인은 직접적인 권리침해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청구인은 시세 급락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산적 권리 관계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대응했다.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정 변호사는 “권력적 사실행위는 대부분 한 번의 행위로 종료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한시적 대책이라도 앞으로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해당 분쟁이 헌법 질서의 수호나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면 심판청구의 권리보호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라고 응수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청구에 대해 기본적 청구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면 본안심리를 한다. 본안심리는 정부의 대책이 기본권 침해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라도 그 침해가 공공복리를 위한 제한인지 그 제한의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이 적정한지 등을 심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