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애플이 반도체를 자체 생산해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에 집중해 하드웨어 기술력을 외주에 맡기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애플이 직접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현재 애플은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구매시장의 큰 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 26일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각각 1위와 2위의 구매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두 회사의 반도체 구매 규모는 818억 달러로, 2016년에 비해 200억 달러 증가했으며 전체 반도체 구매 규모의 19.5%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2017년 애플의 반도체 구매 점유율은 9.2%다.

▲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출처=애플 스토어 정면, 픽사베이

구매시장의 큰 손인 애플이 조금씩 자체 제작으로 선회하는 이유는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의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독자적 기술확보에 공을 들여온 애플은 2008년 반도체 회사 P. A. 세미까지 인수하며 완전한 사용자 경험 제공에 매진해왔다. GPU 파트너이던 영국의 이미지네이션 테크놀로지와 결별한 것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에 부품을 맡기는 것은 보안 등의 이유로 위험요소가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인텔 CPU 보안 문제가 대두되며 애플의 자체 하드웨어 플랫폼 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파이퍼 재프리 증권의 마이크 올슨 선임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자체 칩 제작과 시험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면서 "애플이 CPU 자체 제작에 성공하면 현재 파트너인 인텔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애플은 퀄컴과 특허분쟁을 일으키는 한편 인텔과 협력해 아이폰X를 출시했으나,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전략이 빨라지면 애플과 인텔이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