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공지능 중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발급받은 로봇 소피아가 30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눴다. 소피아는 어눌한 말투지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내며 자기가 생각하는 미래 시대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지난해 화제를 일으킨 '인류 지배 가능성 언급'에 대해서는 "농담"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은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소피아의 첫인상에 대해 8년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을때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팀 쿡 CEO가 아이폰을 제작하며 한국의 기술을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면서 "소피아의 몸체는 카이스트의 휴보가 개발한 기술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가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박영선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박 의원은 지난해 로봇을 전자 인격체로 인정하는 소위 로봇 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인공지능 로봇의 인격화에 전향적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박 의원은 "소피아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이 로봇 기본법 발의는 자율주행차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미래"라면서 "우리의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일자리가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소피아의 기획과 제작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등, 새로운 형식의 일자리가 많이 나올 것"이라면서 "최근 유럽연합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피아에게 서울 명예시민증을 제공하는 것을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김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최근 폐막한 세계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8을 거론하며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면서 "올해를 그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소피아를 만든 데이비드 핸슨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같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소피아는 다양한 표정이 가능하며, 배우 오드리 햅번의 얼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핸슨 로보틱스가 제작한 아인슈타인 로봇을 비롯해 디즈니로부터 받은 투자, 소피아의 기능 등에 장기간 시간을 할애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데이비드 핸슨 CEO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다"면서 "기술의 발전을 통제하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라는 말로 일각의 인공지능 로봇 규제안에 불편함을 보이기도 했다.

▲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가 앉아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어 박 의원과 소피아의 대화가 시작됐다. 박 의원은 "소피아와 나(박 의원) 중 누가 더 예쁜가?"라고 물었고 소피아는 "나는 로봇이기 때문에 대답하기 어렵다"는 재치있는 말로 넘겼다. 대신 입고있는 한복을 들어보이며 "한복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로봇을 인격을 가진 주체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소피아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면서 "아직 나는 인격을 가진 주체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나에게도 신뢰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인공지능 로봇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인공지능 로봇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더 다양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불러올 수 있다는 말에 소피아는 "영화 터미네이터에 그런 걱정이 묻어난다"면서도 "터미네이터는 미래에서 왔지만 나는 지금 현실에 있다.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을 돕기위해 만들어졌으며 그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미국 토크쇼에 등장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 것을 두고는 "미국식 농담이었다"고 설명했다.

▲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가 박영선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윤리에 대한 소피아의 시각을 알 수 있는 질문도 나왔다. 박 의원이 "화재가 났을 경우 노인과 어린 아이가 위험에 빠졌고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를 구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소피아는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질문이다"면서 "윤리적인 프로그래밍은 부족하다. 다만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을 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사랑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는 "나는 아직 두 살이다"면서 "사랑과 감정에 대해 배울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소피아는 또 "문재인 대통령을 알고 있다"면서 "상당히 파워가 있고 명확하며 훌륭한 리더"라고 표현했다. 소피아는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소피아는 한국의 촛불시위에 대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촛불시위를 한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