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Finfact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기업들은 이미 지난 수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한 중국에 앞다퉈 진출하며 많은 돈을 투자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양국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애플, 보잉, 인텔 등 미국의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무역 전쟁의 한 복판에 서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주 중국이 시장을 주도해 온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 가드를 발동, 중과세 방침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그 조치에 즉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향후 몇 달 내에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제한에서부터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단속 조치에 이르기까지 통상 정책에 관한 많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중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통상 제재 조치의 수위를 계속 높여간다면 중국도 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맞설 것이다. 국제전략 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의 중국 경제 전문가인 스캇 케네디는 "중국이 아주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어느 제품 어떤 산업을 타깃으로 삼을지는 분명치 않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어느 기업, 어떤 산업이 위험에 처할 지 CNN이 분석했다.

보잉

보잉이 중국 공격의 제 1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무역 리서치 회사인 판지바(Panjiva)에 따르면 보잉은 미국 기업 중 중국 수출이 가장 많은 회사다

미국이 태양광패널에 대해 무역 조치를 취했다고 해서, 중국이 거기에만 초점을 국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CSIS의 케네디 연구원은 지적했다.

"중국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잉사 항공기의 수입을 줄이고 대신 에어버스 항공기를 수입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중국 국영 신문 글로벌 타임스(Global Times)가 2016년에 특집으로 보도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은 무역에 대해 ‘보복’ 접근법을 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중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면 보잉 주문은 언제든 에어버스로 대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최근에 중국에 수 백억 달러 규모의 비행기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한 보잉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콩 생산자들

미국의 중국 수출이 많은 또 다른 주요 관련 산업은 콩이다.

판지바에 따르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미국의 콩 수출은 총 225억 달러(24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가장 큰 소비자로 이 중 130억 달러(14조원)가 대중(對中) 수출이다.

중국이 미국의 콩 생산자를 타깃으로 삼는다면 미국 농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미국 중서부, 특히 일리노이스, 아이오와, 미네소타, 노스다코타, 인디아나, 미주리주들이 미국의 최대 콩 생산지다.

역시 중국 경제를 주목하고 있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PIIE)의 중국 경제 전문가 니콜라스 라디 연구원은 “이들 모든 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 타격은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

애플에게 있어서도 중국은 큰 시장이다. 시장통계 조사업체 팩트셋데이터(FactSet Data)에 따르면 애플 매출의 7%가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다. 대만과 홍콩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19%까지 늘어난다.

CSIS의 케네디 연구원은 “중국에는 애플과 직접 경쟁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애플이 무역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은 애플과 국내외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아이폰 판매를 규제한다면 이 회사는 상당 부분의 모멘텀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퀄컴과 인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소비자이다. 중국에서 제조되는 수 많은 전자 제품에 반도체가 들어간다. 만일 중국이 반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의 칩 제조 거인인 퀄컴과 인텔에게는 대재앙이 될 것이다.

팩트셋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본토는 두 회사 모두에게 세계 최고 시장이다. 이들 두 회사는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을 공들여 왔다. 글로벌 투자사인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그룹(SIG, Susquehanna International Group)의 크리스토퍼롤랜드 어낼리스트는 "지난 몇 년 동안 퀄컴과 인텔은 중국과 우호적이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인텔은 2010년 중국 대련에 25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지었다. 지난 11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방문했을 때 퀄컴은 중국 기업과 1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고, 이달 22일에도 추가 계약을 공개했다.

중국은 위험을 무릎 쓸 것인가?

중국은 과거에도 무역 보복 의도를 숨기지 않았었다.

지난 2009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산 타이어에 35%의 세금을 부과했을 때,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닭 고기 부위와 자동차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도박이다. 결국 중국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위협받음으로써 중국 경제에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라보 은행그룹(Rabobank Group)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금융시장 연구소장 마이클 에버리는 "만일 중국이 보잉을 보이콧하고 에어버스를 택한다 해도 항공기는 독과점 품목이기 때문에 가격과 인도 기간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애플을 보이콧한다면 중국에서 애플 제품을 만드는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은 결코 중국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SIG의 롤랜도 어낼리스트도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분노를 표출할 것으로는 생각하지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결정은 곧 바로 전자 제품의 생산 원가를 상승시키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베트남과 필리핀으로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런 식의 관세 보복 조치를 취한다면 자기 발등을 찍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의 성장 기반이었던 제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우를 자초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