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40년 지기 고교 친구들과

베트남으로 회갑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까까머리 때 만났는데,어느덧 얼굴은 주름 투성이고,

성긴 머리에 서리까지 내렸습니다.

무엇보다 11명으로 출발했는데, 다른 일로 못 온 한 친구는 그렇다 치고,

저 세상으로 떠나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한 친구가 있다는 게

우리의 정확한 현재를 말하는 듯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주는 쓸쓸함에 밀리는가 했는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그건 베트남에 있는 2일차에 일어났습니다.

시내가 난리가 났습니다.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축구에서 베트남이 카타르를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간 것입니다.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적였습니다.

시내가 꽉 밀리고, 오토바이에 탄 젊은이들이

국기를 들거나 둘러맨 채,부부젤라와 전통 악기를 불며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차량과 오토바이가 뒤엉켜 위험하기도 했지만,

도로에서 그걸 지켜보는 우리와도 하이 파이브를 하고,

그렇게 행복한 얼굴일 수 없었습니다.

새벽녘까지 온갖 소음으로 귀가 터질 듯 했지만,

그들의 열기에 감동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온통 거리를 메운 사람들이 다 어려 보여서 놀랐는데,

구천오백만의 인구속에 45프로가 25세 이하라니

이해가 되는 한편으로 그들의 미래가 밝아 보였습니다.

아쉽게도 그들의 도전은 지난 주말로 준우승에 그치며 멈추었지만,

앞으로 여러 면에서 질주는 계속되리라 확신이 들었습니다.

베트남과 달리 우리는 준결승전에서 탈락했는데,

테니스에서 정현이 그 빈자리를 너무 멋지게 채워주었습니다.

 

회갑여행이라는 간만의 탈출에도,

건강과 자신의 미래, 가정의 여러 일등으로 많은 생각에 짓눌린 우리들에게

그 젊은 친구들의 도전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내일 벌어질 일들을 또 기대하라고 말이죠.

더 힘내서 남은 일정을 잘 즐기고, 내일을 기약했습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이후 12년간 기업의 CEO로 일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