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IKE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빌리 책장(Billy bookcase), 말름 서랍장(Malm dresser), 그리고 깔끔한 디자인의 라크 커피 테이블(Lack coffee table)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1943년에 설립된 스웨덴의 가구 대기업 이케아는 심플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며, 조립 방법을 설명해 주는 카탈로그에서부터 미로 같은 창고형 매장까지, 우리가 가구를 사는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깔끔한 선과 실용성을 갖춘 가구로 수 많은 대학 기숙사를 채웠고 스칸디나비아의 미학을 일상의 집으로 가져다 주었다. 지난 주 91세로 타계한 이케아 창업주 잉그바르 캄프라드가 이 세상에 준 선물이다.

리서치 회사 글로벌데이터 리테일(GlobalData Retail) 닐 사운더스 전무는 "진정으로 소매업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그런 일을 한 사람 중 하나다.”라며 캄프라드를 추모했다.

이케아는 40개국 이상에 412개 지점을 보유하며 국제적인 제국을 구축했다. 미로 같은 구불구불한 통로에 넓직하게 펼쳐진 매장은, 성급한 소비자들을 끌어 당기는 온라인 쇼핑의 시대에도 여전히 번창을 이어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케아가 쇼핑객들을 몇 시간 동안 머물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파는 매트리스 때문이든 매장 내 카페에서 파는 미트볼 때문이든, 고객들이 반복적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고 말한다.

가정용 가구업계 컨설턴트 워렌 숄버그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케아가 생기기 전에는, 사람들은 가구 쇼핑은 시간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고된 일이라고생각했지요. (한 번 사면) 적어도 30년은 함께 살아야 할 물건을 사기로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케아라는 매장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가구를 사서 몇 년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음에 들면 더 오래 동안 써도 좋고요. 하지만 반드시 자녀나 손자들에게 까지 물려 줄 필요는 없어요.’ 이것은 당시로서는 변화를 추구하는 놀라운 시도였지요."

▲ 출처= Business Insider 캡처

결국 이 회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쇼핑 목적지를 창출해 주는데 성공했다. 전통적인 가구점들은 대개 구획별로 소파는 소파들끼리, 침대는 침대들끼리 나란히 배치했지만, 이케아는 방 하나에 실제 가구를 배치하는 것처럼 여러 종류의 가구를 배치함으로써 쇼핑객은 여러 종류의 가구가 함께 비치되면 어떻게 보이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들은 전체적인 배치, 장식 아이디어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머무는 동안 카페에 들러 스웨덴 미트볼 점심도 먹을 수 있지요."

그러나 이케아의 쇼핑 경험이 언제나 긍정적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케아 방문은 때로는 부부간의 말다툼과 의견 불일치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상 심리학자 라마니 더바슐라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럴 때 이케아는 말 그대로 관계가 깨지는 악몽의 길이 된다.”고 말했다.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17세에 우편주문 사업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이케아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그는 팔걸이 의자나 여러 가구로 사업을 확장하기 전에는 펜, 액자, 나일론 스타킹을 팔았다. 그는 고객들이 돈을 덜 지불할 수만 있다면 직접 가구를 골라 집에 가져 가서 자신이 조립하는 일을 기꺼이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사업 모델은 급성장했다. 회사는 또 대형 가구도 조각별로 컴팩트한 골판지 상자에 포장해 쉽게 운반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 할 수 있었다.

▲ 출처= New York Times 캡처

글로벌데이터 리테일의 사운더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케아는 가구의 모든 조각을 평평한 판으로 분리해 포장한다는 혁명적인 아이디어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평평한 팩 포장은 완제품 가구를 운송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이었고 힘도 덜 들었지요. 고객이 제품을 직접 조립해야 했기때문에 가격도 낮아졌습니다. 일종의 절충 또는 타협이라고 할까요."

2016년 이 회사는 376억 달러(40조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최대의 가구 소매 업체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이케아의 성공은 이케아 가구 조립을 전문적으로 대행해 주는 소규모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이케아는 계약자들에게 허드렛일 – 이케아 가구 조립 - 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태스크래빗(TaskRabbit)을 인수했다. 이 서비스는 직접 가구를 조립하는 번거로움 없이 이케아 가구를 원하는, 시간에 쪼들리는 젊은 세대의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의 리서치회사 럭셔리 인스티튜트(Luxury Institute)의 최고 경영자 밀턴 페드라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케아는 모든 소득 계층에게 적합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가구라고 하면 대개 부피가 크고 값이 비쌌으며 집에 도착하려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지요. 원하는 가구를 사기 위해 거액을 지불하고도 6주에서 8주 정도나 기다려야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