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국내 ICT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가 플랫폼 공공성 논란에 휘말릴 당시, 구글 등을 대상으로 글로벌 ICT 대기업 역차별 문제제기기가 제기되어 떠들썩했다. 역차별 논란 자체가 플랫폼 공공성 쟁점에 대응하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분명 실체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양각색이다. 

구글은 글로벌 ICT 대기업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이다. 안드로이드 제국을 바탕으로 모바일 시대의 패권을 장악한 구글은 소위 '갑중의 갑'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재 구글 코리아는 제대로 된 국내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글 코리아는 역차별 이슈에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간혹 문제가 제기되면 대응에 나서기는 했으나 '법적인 문제가 없으면 대응하지 않는다'가 원칙이다. 지난해 8월 구글 코리아가 개최한 '안드로이 개방형 생태계가 한국에 미치는 경제효과 설명회'에서 구글 코리아의 세금 이슈에 대한 기자의 질문이 나왔으나 구글 코리아가 "국내 실정법에 따라 합당한 세금을 내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이유다.

대신 구글의 존재가 특정국가에 큰 도움이 된다는 논리만 폈다. 지난해 8월 설명회에서 콘스탄틴 매티스(Konstantin Matthies) 경제학 박사는  “안드로이드와 같이 디지털 생태계는 전통적인 경제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2015년 국내총생산(GDP)의 0.27%인 약 17조원의 경제효과를 냈다”고 발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 지난해 8월 열린 세미나에서 콘스탄틴 매티스 박사가 안드로이드 경제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구글 코리아

구글 코리아의 무대응 원칙은 지난해 6월 유럽연합의 10억유로 과징금 부과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는 한편, 네이버가 글로벌 ICT 대기업 역차별 이슈를 꺼내기 시작한 10월 말부터 변했다. 당장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구글 코리아는 국내에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고용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꼬집자 이와 관련한 반박자료를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구글 코리아는 "구글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두며 한국 경제와 사회에 널리 기여하고 있다"며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구글은 서울 캠퍼스를 열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는 한편, 알파고의 첫 상대로 한국의 이세돌 9단을 섭외할 정도로 '한국과 가깝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구글 코리아가 불분명한 세금 이슈를 두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필요할 때만 한국을 찾는 패턴을 바꾸지 않을 경우 언제든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이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페이스북은 전향적이다. 지난해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분쟁을 치른 후 케빈 마틴 부사장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나름의 합의점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캐시서버 구축 비용을 둘러싼 망 사용료 분쟁은 글로벌 ICT 대기업 역차별 이슈의 핵심이며, 구글 유튜브도 피할 수 없는 논쟁이다. 각 나라에서 발생한 매출에 대한 세금은 각 나라의 세법에 따라 납부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근 페이스북은 역차별 이슈에 가장 전향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애플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듭하고 있다. AS(사후서비스)와 고가 아이폰 논란 등 문제는 여전하지만 최근 애플 스토어를 신사동에 정식 개소하며 소통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국내 애플 스토어는 지상 2층 건물에 면적은 1297㎡(약 392평) 규모다. 시장 규모에 비해 애플 스토어 개소 시기는 늦었지만 규모나 의지만큼은 의미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애플 스토어가 문을 열며 국내 애플 팬덤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체계적인 서비스 구축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역차별 이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애플 스토어의 등장은 기존 리셀러 업체들의 타격을 의미하며, 최근까지 애플 코리아가 홈페이지 공지를 영어로 제공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것을 고려하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애플 스토어가 통신사 개통 업무도 진행한다는 점도 결국 '수익을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넷플릭스는 '정(情)'을 내세운 이색 마케팅을 통해 국내 구독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서울에서 '정주행의 행사'까지 열어 스킨십을 강조했다.

넷플릭스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제시카 리 부사장은 “역동적인 제작자 커뮤니티와 뛰어난 스토리텔러들이 있는 한국은 넷플릭스 콘텐츠의 전략적 요충지”라면서 “새롭고 독특하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야말로 한국과 글로벌 그 어느 지역에서도 넷플릭스가 사랑받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나단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도 망 사용료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으나 "윈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 조나단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기자들에게 자사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넷플릭스는 OTT(오버더탑)의 강자로 군림하며 지역의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제공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콘텐츠 업체와의 협력도 빨라지고 있으며, 통신사와 제조사를 아우르는 연합 생태계까지 고려하는 중이다. 지역 콘텐츠와 글로벌 OTT 플랫폼 미디어 시장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이기 때문에 '갑중의 갑'임은 틀림없지만, 콘텐츠 발굴이라는 목표를 채우기 위해 최소한의 성의는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