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날고 싶다. 두 발을 땅에 딛고 사는 인류에게 ‘비행’은 늘 간절한 꿈이었다. 하지만 중력을 거스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인류는 수많은 신화와 서사시 속에서만 날아올랐다. 상상 속 꿈이 현실로 이뤄진 건 18세기 후반의 일이다. 하늘에 대한 열망과 날고자 하는 의지, 용기와 열정으로 가득 찼던 열기구 조종사들이 끝내 중력을 거스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관중들은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열기구를 보며 환호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2018 스위스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공개한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는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열기구 비행에 대한 찬사를 담고 있다. 아에로스티어(Aérostiers)는 프랑스어로 열기구 조종사를 의미한다.

 

▲ 5번의 역사적인 열기구 비행을 재현한 시계,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바쉐론 콘스탄틴은 1783년부터 1785년 사이 프랑스에서 이뤄진 5번의 열기구 비행을 시계에 새겨 넣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인그레이빙 장인들은 역사적인 사건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 올렸다. 화려한 조각 기술과 섬세한 에나멜 페인팅 기법으로 완성된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는 시계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은 이 시계를 위해 독창적인 무브먼트를 사용했다. 칼리버 2460 G4/1이 그것인데, 다이얼 가장자리에 위치한 4개의 창을 통해 시, 분, 요일, 날짜를 알려준다. 시침과 분침이 따로 없어 다이얼 중앙의 열기구 장식을 방해 없이 감상할 수 있다.

 

▲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3년 베르사유 에디션.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다섯 점의 시계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먼저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3년 베르사유 에디션부터 살펴보자. 1783년 에티엔느 몽골피에(Étienne Montgolfier)가 제작한 열기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열기구 안에는 양과 수탉, 오리가 타고 있었다. 하늘로 올라간 동물들이 살아 있으면 특정 고도까지 충분한 산소가 있음이 증명되는 실험이었다. 열기구는 8분 동안 440m 높이까지 올라가 3km를 날아간 후 인근 숲에 착륙했다. 당시 루이 16세는 열기구에 탑승했던 양을 자신의 개인 동물원에서 키웠다고 한다.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3년 베르사유 에디션엔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금으로 만든 열기구 장식 아래엔 화이트 골드로 조각한 동물들이 자리해 있으며 심지어 착륙으로 인해 살짝 손상된 부분까지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3년 파리 에디션.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다음으론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3년 파리 에디션. 최초의 유인 비행을 재현한 시계다. 1783년 11월 21일 파리 서쪽에 위치한 볼노뉴 숲에서 사람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행사가 진행됐다. 승객은 모험을 사랑한 젊은 의사 필라트르 드 로지에(Pilâtre de Rozier)와 육군 장교 프랑수와 로랑 다를랑드(François Laurent d’Arlandes)였다. 두 사람은 수만 명의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460m 상공까지 날아올랐고, 25분의 비행을 마친 뒤 10km 떨어진 카이예 언덕에 착륙했다. 시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기구에 탑승한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4년 파리 에디션.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비행은 계속됐다. 1784년 프랑스의 열기구 제작자 장 피에르 블랑샤르(Jean-Pierre Blanchard)는 열기구 궤도를 안내하는 시스템을 고안해냈다. 그의 상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독특한 날개 디자인은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4년 파리 에디션에서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열기구는 예상했던 장소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착륙했지만 이 비행은 그뿐만 아니라 다른 조종사들에게도 더욱 똑똑한 비행을 시도하기 위한 영감을 주었다.

 

▲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4년 보르도 에디션.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1784년엔 파리를 넘어 프랑스 전역에서 하늘 정복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르도에서 무려 세 명의 여행자를 태우고 날아오른 열기구 비행은 인류 비행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경이로운 사건이었다.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4년 보르도 에디션엔 당시의 열기구가 디테일까지 동일하게 재현돼 있다.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로 조각한 열기구 풍선엔 화려하고 다양한 패브릭 장식과 신화 속 장면이 새겨져 있다.

 

▲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5년 바뇰 에디션.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대미를 장식할 시계는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1785년 바뇰 에디션이다. 수많은 관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 오른 열기구 비행에 경의를 표하는 시계다. 디자인이 압권인데, 화이트 골드와 옐로 골드로 우아하게 장식한 열기구가 블루 컬러의 에나멜 다이얼 위에 올려져 있어 실제로 파란 하늘 위를 날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열기구 풍선 위쪽의 파란 부분은 전기 도금 방식으로 채색되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열기구에 사용된 캔버스 천은 7년 뒤 공화당 자원봉사자들의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컬렉션은 하늘을 향한 인류의 꿈과 도전, 역사적인 여정을 재현하며 정복 정신으로 활기 넘쳤던 시대를 보여준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장인들이 아름답게 빚어낸 시계는 직경 40mm의 화이트 골드와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해 고급스러운 멋을 강조했고, 에디션 당 5점 한정 제작해 소장 가치를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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