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미 공군이 최근 초대형 재래식 폭탄인 GBU-57 MOP(대규모 관통탄)를 개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게 3만 파운드의 이 폭탄은 B-2스텔스 전략폭격기만이 장착할 수 있으며 지하 60m(200피트)까지 뚫고 들어가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폭탄은 지하 수십 미터 아래 구축된 북한 수뇌부를 위한 벙커, 지하 핵미사일 시설 등을 파괴하는데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군이 괌 공군기지에 B-2 석대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폭탄은 더욱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군은 이 폭탄 외에도 강력한 벙커버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전역에 6000~8000개의 지하 벙커를 보유하고 있고 일부는 유사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공습을 피해 사용할 시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군은 유사시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북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MOP를 사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하 벙커에 숨어 촘촘한 지대공 미사일망으로 미군의 접근을 거부하는 북한식 반접근지역거부(A2AD)를 격파하는 미군 최선봉의 무기인 셈이다.

▲ B-2 스텔스 폭격기와 MOP.출처=디에이비에이션탓컴

네 번째 개량된 대규모 관통탄(MOP) 실전배치

미국의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 등에 따르면, 미 공군은 최근 네 번째 개량한 GBU-57을 실전 배치했다.

미 공군의 에밀리 그라보스키 대변인은 지난 24일 미국 ‘불룸버그’ 통신에 최신 초대형 벙커버스터인 GBU-57 MOP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미 공군은 배치된 GBU-57은 최신형으로 단단하고 지하 깊이 배치된 목표물을 겨냥한 (공격) 성능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파퓰러미캐닉스는 콘크리트 구조물 관통력과 고폭탄 탑재능력을 개량했다고 전했지만 미 공군 측은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개량전 알려진 사실만 봐도 이 폭탄이 얼마나 크고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B-2 폭격기에 탑재된 MOP. 출처=디에이비에이션닷컴

미국 방산업체 보잉사가 제작한 MOP는 고성능 강철 케이스로 만든 실린더형 폭탄이다. 길이는 20피트(약 6.1m),지름 80cm, 무게는 13.6t이다. 탄체 안에는 5300파운드(약 2.4t)정도의 고폭탄이 들어간다. 폭약의 양은 의외로 적다. 그럼에도 이 폭탄의 폭발력은 기존 벙커버스터 폭탄인 BLU-109의 10배로 알려져 있다. 핵폭탄이 아닌 재래식 폭탄 중에서는 크기와 폭발력이 가장 큰 폭탄이다.  비밀은 초음속 낙하에 있다.

거대한 크기여서 이 폭탄을 운반할 수단은 많지 않다. 재래식 폭격기 B-52와 스텔스 폭격기 B-2가 유일한 플랫폼이다. B-2는 두 발을 탑재한다. 2만피트(약 6.1km) 상공에서 투하하면 이 폭탄은 초음속으로 떨어져 강화 콘크리는 60m, 비교적 견고한 바위는 40m를 뚫고 들어간다. 엄청난 속도에 따른 운동에너지만으로도 큰 폭발력을 낼 수 있는데 폭약까지 있으니 폭발력은 더 커진다.

상상 초월 성능의 벙커 버스터 MOP

벙커버스터(bunker-buster)는 말 그대로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벙커를 날려 버리는 강력한 폭탄을 말한다. 14t에 육박하는 무게에다 위성항법시스템(GPS)을 갖춰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해 산산조각을 낼 수 있다.

이 폭탄은 지난해 4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내 수니파 이슬람 무장세력인 ISIL 공격으로 주목을 받은 GBU-43 모압(MOAB)보다 훨씬 무겁고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압은 이 폭탄 앞에선 왜소하다.

물론 모압도 작지는 않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니다. 모압은 대형 공중 폭발탄이라는 뜻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모압’은 무게 2만1600파운드(9.5t), 길이 9.17m, 지름 102.9cm다. 엄청나게 크다. 폭약이 전체 중량의 대부분인 8.4t에 이른다. 폭약은 CNT와 다이너마이트,알루미늄 혼합물인 H6다. 한 번 터지면 반경 138m 안이 초토화한다.

▲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초대형 벙커버스터 모압.출처=디에이비에이션닷컴

모압은 지하로 뚫고 내려가 터지는 폭탄이 아니다. 흔히 진공폭탄이라고도 하는 열압력탄이다. 지상 6피트 상공에서 터져 고온과 고열, 고압의 충격파로 시설을 파괴하고 인마를 살상하는 무기다. 이 폭탄은 동굴과 벙커 내 표적 파괴에 효과가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지상 정글을 파괴하기 위한 1만5000파운드짜리 데이지커터의 개량 폭탄이다. 지난 2003년 투하 시험에서 버섯구름이 생겼는데 20마일 밖에서 보였다고 할 만큼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한다. 덩치가 큰 만큼 MC-130 프로펠러 수송기에서만 투하할 수 있다.

북한식 A2AD  파괴하는 미군의 창

MOAB보다 더 강력한 최신형 MOP의 실전배치는 미국이 보내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북한 정권의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미군이 이 폭탄으로 북한의 지하에 있는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 지휘소를 모두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북한 수뇌부의 전쟁지휘소는 지하 50~100m 사이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최신 초대형 벙커버스터의 실전 배치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유일하게 이 폭탄 공격을 할 수 있는 B-2 폭격기 석 대가 이달 초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순환 배치됐기 때문이다.

미공군 태평양공군사령부(PACAF)의 메건 쉐이퍼 공보실장은 앞서 B-2 폭격기 배치는 2014년부터 시작한 ‘폭격기 보증과 억제 임무’의 하나로 괌에 순환 배치한 것이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는 없다.

 

싱크탱크인 부르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 선임연구원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B-2 배치가 정상적인 (순환) 배치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 개선으로 미군이 방어 수위를 낮출 것으로 오해하지 말라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B-2 폭격기가 괌에 순환 배치되고 최신형 GBU-57 폭탄의 실전 배치도 공군이 확인하면서 이 폭탄이 괌이나 서태평양 미군 기지에 전진 배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군은 이 폭탄 투하시험을 여러 차례 하고 있어 유사시 북한에 투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국방부 무기운용 시험평가국(DOT&E)은 웹사이트에서 미군이 지난 2016년 3월과 6월에 뉴멕시코 주의 화이트 샌드 미사일 시험장에서 B-2 폭격기가 GBU-57 투하 시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 B-52 폭격기가 MOP를 투하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미공군

여러 군사항공 전문지들은 B-2 폭격기가 지난해에도 활발하게 GBU-57 폭탄 투하 시험을 했다고 전했다. 유력 군사항공 웹사이트인 디애비에이션닷컴은 지난해 10월에 B-2 폭격기 석 대가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를 출격해 야간 폭격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특히 B-2 폭격기들이 북한과 산악 지형이 비슷한 미주리주 오자크스 지역에서 폭격 훈련을 했다며 현지 무선통신 제보자를 인용해 ‘북한 지도부’를 언급하는 미군의 무선 교신이 포착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VOA는 전했다.

적의 광범위한 방공망을 쉽게 뚫고 들어가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B-2 스텔스폭격기의 전진배치, 초강력 폭탄 MOP의 개량, 실제 투하해 강력한 위력을 바루히한  MOAB을 비롯한 벙커버스터 폭탄은 암반 깊숙이 숨고  지대공 미사일로 미군의 접근을 막는 북한식 반지역접근거부(A2AD)를 격파하는 미군의 창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