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호 애플스토어가 27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 애플 가로수길’로, 지상 2층 건물에 면적 1297㎡(약 392평) 규모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이코노믹리뷰=김현우 기자] 국내 1호 애플스토어가 27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개장했다. 이날 문을 연 매장의 정식 명칭은 ‘애플 가로수길’로, 지상 2층 건물에 면적 1297㎡(약 392평) 규모로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스토어는 세계 22개국에 498개의 매장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지난 2003년, 중국이 2008년 문을 열었고 중국에만 약 40개 애플스토어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매장 가운데에는 테이블에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애플 제품 약 100여대가 전시됐다. 매장 뒤쪽에는 앉을 수 있는 작은 의자들과 커다란 대화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매장 양쪽에는 애플 액세서리 제품들과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사진, 음악, 코딩 등의 교육 공간도 있다.

▲ 애플매장 가운데에는 각종 애플 제품들이 전시돼 체험할 수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애플 가로수길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지만 이날 애플스토어 개장 소식에 애플 이용자들의 줄이 새벽부터 이어졌다. 매장 관계자는 “가장 먼저 온 고객은 어제 오후부터 대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애플스토어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0분 기준 애플스토어 방문객 수는 약 900여명에 이르고 방문객들의 줄은 약 200m까지 이어졌다. 주변 곳곳에 안내요원들이 인도 주변에 배치돼 질서를 유지시키고 안내하기도 했다.

고객들이 애플스토어에 몰려 건너편 명품 매장에는 사람의 발길이 없었다.

어린 두 자녀와 함께 방문한 40대 정 모양은 “애플스토어가 처음으로 개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면서 “아침부터 날씨가 상당히 추웠지만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추위를 느낄 것을 대비해 핫팩과 방한용품을 철저히 챙겨왔다”면서 “애플 마니아에게 이정도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 27일 애플 가로수길을 방문한 고객들이 매장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반갑게 손을 들고 맞이하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오후 12시 10분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애플 직원들이 한 손을 들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는 기념 티셔츠가 제공됐다.

애플코리아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제품과 애플이 공식 승인한 액세서리 제품들을 판매했다.

▲ 애플매장 양쪽에는 형형 색색의 각종 애플 액세서리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이번 개장으로 국내 애플 이용자들은 애플 제품을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애플 체험형 매장 프리스비(Frisbee)가 아닌 애플스토어에서 직접 구매·교환·수리 등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첫 애플스토어 개장 소식에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은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매장 곳곳을 촬영했다. 영상 통화로 친구에게 애플스토어 내부를 생중계하는 고객도 있었다.

매장에 홀로 방문한 김 모 군은 “애플 제품만 사용한 애플 마니아로서 애플스토어 곳곳을 촬영하고 기억에 남기고 싶다”면서 “친구와 함께 매장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혼자 오게 돼 친구에게 영상으로 애플 매장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에는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이 넘쳐났다. 구형 아이폰을 사용하는 10대 이 모 학생은 “아이폰6를 수년째 사용해오고 있다”면서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아버지와 매장에 왔다”고 말했다.

매장에는 애플 직원들이 수십 명이 배치돼 붐비는 방문객들에게 제품 설명과 구매 절차를 친절히 안내했다. 예상보다 방문객이 많아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었지만 애플 직원들은 미소와 친절한 인사로 이런 걱정을 불식시켰다. 심지어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고객에게도 인사할 정도였다.

애플 가로수길을 찾은 30대 김 모 씨는 “애플스토어에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면서 “매장이 넓지만 붐비는 사람들로 구경하기도 벅찰 정도였지만 애플 직원이 친절하게 먼저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에 들어올 때부터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해주는 것이 신기했다”면서 “기념품도 받게 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 곳곳에서는 박수와 함성 소리가 오갔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자 애플 직원이 박수와 함께 “축하한다”고 말하자 주변 고객들이 함께 환호했다. 애플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구매자는 다소 쑥스러워 하며 두 손을 위로 쭉 뻗으며 환호를 느꼈다.

▲ 고객이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하자 애플 직원이 박수와 환호를 하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백만원이 넘는 최신 기기를 현금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있는 한편 여러 개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는 고객도 있었다.

매장 한 켠에는 애플 제품으로 가전제품들을 작동시키거나 전원을 끌 수 있는 애플 홈킷(Home Kit) 시연 공간도 마련됐다. 제품화면에서 전등 버튼을 누르면 앞쪽 대형화면에서 거실 전등불이 켜졌다. 굿모닝 버튼을 누르자 커튼이 열리고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매장 관계자는 “해외에는 홈킷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많지만 국내에는 아직 확산되지 않았다”면서 “애플스토어에서 홈킷을 지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면 동일하게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편리하게 가전제품들을 조작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 아이패드 화면에 전등 버튼을 누르면 벽에 달린 화면 속 거실 등에 불이 들어온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 이날 매장에는 애플 홈킷(Home Kit) 제품도 전시돼 전자기기로 대형 화면 속 가전 제품들을 작동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소문난 잔치에 불만도 적지 않았다. 애플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매장 직원에게 애플 로고가 새겨진 포장지를 하나 더 요구하자 사내 규정상 구매 고객에게는 1개의 봉투만 제공된다고 답변했다. 이 고객은 “방금 수십만원을 썼는데 봉투하나 주지 못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매장 직원은 “다른 도움을 드릴까요”라며 고객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다른 고객은 “새로운 매장에서는 아이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격이 다른 곳과 똑같아 아쉬웠다”면서 “애플 제품은 가격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프로모션이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을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애용하고 있다. 아이폰은 한국에서만 약 1000만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애플 제품을 가장 먼저 판매하는 1차 출시국에는 오른 적은 없다.

애플 가로수길 정식 개장으로 한국도 1차 출시국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애플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구체적인 것은 본사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애플스토어가 개장한 만큼 조금 더 일찍 출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X의 경우, 1차 출시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홍콩, 일본 등이었다. 그리스나 싱가포르, 대만 등 한국시장에 비해 판매량이 적은 나라도 1차 출시국에 올랐다.

한국은 매번 2차, 3차 출시국으로 밀릴 뿐 아니라 가격도 인근 국가와 비교해도 비싼 편에 속했다.

위생 문제를 제기한 고객도 있었다. 어린 딸과 동행한 이모 어머니는 “최근 독감이 유행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면서 “실내에 많은 사람들이 붐벼 혹여나 독감 환자로부터 병을 옮기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첫 개장도 좋지만 위생이나 건강과 관련된 안내도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매장 구석에는 현장을 녹화한다는 안내도 있었다. 이를 관심 있게 본 한 방문자는 “매장을 방문했는데 누군가 나를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면서 “다른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겠다고 안내는 했지만 정확히 어떤 용도 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은 통화 중 녹음 기능도 사용할 수 없으면서 정작 애플은 방문객들을 녹화하고 녹음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 매장 구석에는 현장을 녹화한다는 안내가 있어 일부 고객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이날 애플 가로수길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인근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에서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 고객은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으로 구매한 제품 사진을 연신 찍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릴 뿐 아니라 동료와 애플 매장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한 20대 이 모 양은 “주말을 이용해 애플 가로수길도 방문하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좋다”면서 “애플 매장 방문 소식과 기념품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랑거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