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 전경                  출처= Fortun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시아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 1년 동안 여러 가지 무역 제재를 감내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하겠다며 중국의 태양광 패널과 한국의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그 기다림은 끝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23일자 '트럼프가 보호하겠다는 미국 소비자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get pinched)'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태양광 산업의 둔화와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를 우려했다. 세탁기 시장도 마찬가지의 변화가 예상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미국의 노동자와 소비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탁기

세탁기에 대한 조치는, 2011년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한국이 LG와 삼성의 세탁기를 미국시장에 덤핑으로 대량 출하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됐다. 그러나 미 상무부의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이 회사들은 생산지를 처음엔 중국으로, 나중엔 태국과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월풀 생산 공장이 있는 오하이오주에서는 트럼프의 조치를 환영하지만 이로 인해 세탁기 가격만 높아질 것이라는 비판과 경고도 뒤따르고 있다. 관세 인상은 곧 미국 가정에 대한 세금과 같아서, 결국 세탁기를 새로 사려는 일반 가정이 그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CNBC는 골드만삭스를 인용, 세이프가드 여파로 내년에 세탁기 가격이 8~20%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탁기에 대한 관세 조치는 세이프가드를 요구했던 월풀에겐 좋은 일이겠지만, 업계 일자리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공장 건설도 이미 계획됐던 일이어서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에 위험을 가져다 준다'는 기사에서 벤 사스 네브라스카 상원의원의 발언을 인용, "세탁기 관세는 결국 미국 가구에게 부과된다"고 비판했다.

▲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2017년 8월 24일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의 LG전자 가전 공장 기공식에서 축하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PR Newswire

미국내 일자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지'와 다르게 일자리도 오히려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론상 수입 태양광패널·전지 가격 경쟁력이 약화 되면 미국 태양광패널·전지 업체들이 살아나며 고용을 늘릴 수 있지만, 이보다는 태양광 설치나 발전 업체들의 고용 감소 폭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 에너지산업 협회(SEIA)의 애비게일 로스호퍼 회장은 트럼프의 세이프가드로 인해 미국내 2만 3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미국 태양광 업계 근로자 26만명의 9%에 해당되는 수치다.  

그러나 개발과 설치 분야에서 사라지는 일자리가 상쇄될 만큼 태양전지나 패널 제조업체의 고용이 늘어나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태양전지와 패널 제조업에는 자동화가 상당히 이루어져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해외 태양광 업체의 불공정 행위 조사를 청원한 서니바와 솔라월드 역시 세이프가드 발동이 결정된 뒤 별도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을 가동하며 600명의 현지 생산직 직원을 채용했다. 2020년에는 총 10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세이프가드'의 유일한 수혜자인 월풀은 최근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의 제조공장에 고작 200개의 일자리를 늘렸을 뿐이다.

전세계가 안된다는 데 트럼프는 왜?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가 오는 11월 치뤄지는 미국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 지지층인 러스트벨트의 제조업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에 향후 미국 현지 업체들이 수입품에 고전을 하고 있는 다른 분야로 세이프가드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배경에는 당초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높았기 때문에 보호무역 기조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주요 공약이었던 내수 일자리 확보, 국경 문제 등에선 더 강경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조치들은 항상 보복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성장도 저해했다”면서 “가장 큰 패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자라고 말한 미 노동자와 소비자”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