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부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세이프가드 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AFP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시아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 1년 동안 여러 가지 무역 제재를 감내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하겠다며 중국의 태양광 패널과 한국의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그 기다림은 끝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23일자 “트럼프가 보호하겠다는 미국 소비자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get pinched)”라는 제하의 기사의 모두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세이프가드 명령에 서명하고 “우리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미국인의 일자리와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그 동안 수입품의 물결에 밀려 심하게 손해를 보고 생산 노동자의 생계에 영향을 미쳤던 미국의 기업 보호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의 일자리 감소가 그 동안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무역 적자를 야기시킨 외국 탓이며 불공평하게 미국의 기업과 일자리가 축소되어왔다고 주장하며 중국, 멕시코, 한국 등 무역 적자국들 과의 모든 무역협정과 기존 협약을 뒤집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는 취임하자 마자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던 아시아 태평양 무역협정을 포기했고 24년이나 지속되어 온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재협상을 진행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의 반발을 샀지만, 실제로 수입품에 대한 관세 폭탄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은 이번 발표가 처음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2년에 발동했던 세이프가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16년만에 다시 꺼내든 것은 1974년 제정된 무역법에 대통령이 미국내 산업의 손해를 막기 위해 긴급 관세의 부과나 무역장벽의 파기를 선언할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

태양광 패널에 대한 조치는 미국내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 두 곳의 제소로 이뤄졌다. 한 곳은 중국 기업의 미국 자회사 서니바(Suniva)로 지난해 4월 파산 신고를 했고 또 한 곳은 독일 회사의 미국 자회사인 솔라월드 아메리카(Solarworld America)이다.

이들은 2005년엔 전 세계 태양광 전지 생산량의 7%에 불과했던 중국이 지난 해엔 거의 70%를 생산하게 돼 가격이 추락하며 지난 5년간 미국 내 공장 30군데가 문을 닫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2012년 미국이 중국에서 생산해 수입되는 태양광 전지에 대해 관세를 올리자 중국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타이완을 비롯,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독일, 한국으로 생산지를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내 태양광 생산업체들이 값싼 수입품으로 타격을 입는 동안 태양광 패널을 시공하는 미국 회사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크게 번창했다. 이들의 시공 공사량은 2010년 이래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미국의 태양열 에너지 대부분을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시공 기업들은 고용을 크게 줄일 수 밖에 없게 됐다.

▲ 태양열 패널 설치 작업자들이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한 가정집 지붕에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고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장벽으로 태양광 산업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고 지적했다. NYT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가 국내 제조업자들에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자와 관련 기업 등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저임금 국가들은 생산 비용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 내 태양광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세계 태양광 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가가 절대 아니다. ‘생산 능력’을 갖춘 선도 기업들 중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는 없다”면서 “(세이프가드 조치가) 시장을 재편할 수도, 업계를 주도하는 중국의 지위를 위협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내 지상건설 태양광 발전소의 약 10%, 지붕설치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약 3% 건설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 내 태양광 발전소 설치 수요도 향후 5년 동안 11%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엠제이 시아오 GTM 리서치 연구원은 "시장이 상당 수준 둔화될 것"이라며 "새로운 태양광 설비의 설치가 향후 5년간 11% 줄며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의 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미 태양광 산업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외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미 제조업체들에게도 부정적일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의 휴 브롬리 태양광 부문 애널리스트는 “이번 세이프가드로 미 제조업 르네상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관세가 부과되는 4년 동안 어떠한 투자 유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미 태양광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중국과 독일, 멕시코 등 미국과 무역 상대국 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며 미 태양광 설치 산업 둔화 및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