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저출산이 심각해지며 이와 관련된 키즈산업도 축소되고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렇지만 데이터는 다른 말을 한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생아 수는 2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1.2%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저출산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키즈산업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KT경영연구소 디지에코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키즈산업 규모는 2002년 8조원 규모에서 2012년 27조원, 2015년 39조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ICT 키즈산업의 성과가 눈부시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기술의 발전으로 키즈산업 전반이 저출산 추이와 180도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 왼쪽부터 중국 유아용품 시장규모와 수입규모 추이. 출처=디지에코

쑥쑥 성장하는 키즈산업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어도 키즈산업은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 사실 저출산 문제에도 키즈산업 규모가 성장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1960년대부터 2013년까지 세계 평균 출산율은 약 45% 하락했으나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많아지며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군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미엄 키즈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세계 기준 2013년 100억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2015년 150억달러에 이르렀다.

중국의 키즈산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매년 평균 14.8% 성장하며 2018년에는 약 547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월 산하제한정책을 폐지하며 키즈산업 성장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디지에코는 키즈산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편리성과 편의성을 꼽았다. 동화약품이 2016년 어린이용 꼬마활명수 등을 출시하는 등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며 간편 이유식 시장이 성장하는 한편 항공업계에서도 어린이와 함께 하는 여행객에 대한 좌석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편리성과 편의성이 키즈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 어린이들을 배려하는 항공 운행 서비스. 출처=디지에코

안전과 안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중요하다. 네슬레는 중국에서 어린이 전용 생수를 출시했고 어린이 전용 미세먼지 마스크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자율과 통제를 축으로 하는 안전망이 작동한다. 국내 어린이용 치약과 칫솔 시장은 연간 최대 400억원 규모며 이는 전체 시장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 왼쪽부터 국매 미세먼지 시장규모와 중국 마스크 시장규모. 출처=디지에코

키즈?  ICT가 책임진다

기술의 발전으로 ICT가 키즈산업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안전과 안심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활용한 유튜브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유뷰트 키즈는 지난해 5월 어린이를 위한 전용 앱으로 출시됐으며 현재 한국을 포함, 37개 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는 동영상을 제공하며 간단한 사용자 조작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 유튜브 키즈 부모 모드. 출처=갈무리

시청시간 제한기능도 있다. 부모가 설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앱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모바일 중독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은 비결이다. 지난해 3분기 유튜브 키즈를 내세운 LG유플러스 IPTV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2.6%나 올랐다.

중국의 화웨이도 있다. 어린이에 특화된 20만원대 미디어패드를 출시했다. 구글 플레이 키즈 카테고리 상위 랭킹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별도의 아이콘, 아카이브 인프라를 제공한다. 부모 제어 기능도 지원되며 유해 앱 차단 서비스도 제공한다.

▲ 화웨이 미디어패드 조작 장면. 출처=디지에코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별도의 키즈 카테고리를 제공한다. 지난 6월부터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까지 배치해 동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최초의 인터랙티브 ‘가지치기’(branching narrative) 시리즈인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와 ‘버디썬더스트럭: 어쩌면 봉투’가 공개됐다.

넷플릭스 프로덕트 이노베이션 책임자(Director of Product Innovation)인 칼라 엥겔브레히트 피셔는 “가지치기 시리즈는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과 할리우드의 인력이 힘을 모아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은 신세계를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추후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추가로 제작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제공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일부. 출처=넷플릭스

쥬니어네이버를 내세운 네이버도 키즈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캐리소프트의 캐리TV 콘텐츠까지 수급받았으며 지난해 9월에는 인공지능 기술력까지 접목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키즈로 출사표를 던졌다. 핀플레이와 협력해 다양한 콘텐츠 실험에 나서는 한편 최근에는 카카오키즈 워치라는 지크폰까지 출시했다.

ICT 기업의 키즈 콘텐츠 시장 진출은 일차적으로 연 40조원에 이르는 키즈 산업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1인 크리에이터의 등장으로 MCN(다중멀티채널) 사업이 각광을 받는 현재 소위 '키즈 유튜버'들의 존재감이 강력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에코는 ICT 키즈 아이템은 물론, 전체 키즈산업의 성공은 편리성과 편의성, 안전, 자율과 통제에 달려있다고 봤다. 부모와 어린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키워드가 중요하며 분리된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만족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즈산업이 단순히 '키즈'에만 머물면 큰 의미가 없다. 이를 성인 시장으로 끌어내야하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이 디지에코의 설명이다. 유튜브의 경우 유튜브 키즈의 저변확대로 기존 유튜브 플랫폼 사용시간이 많아지는 등 긍정적인 선순환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다.여기에 다양한 IP(지식재산권)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다.

▲ 출처=갈무리

물론 키즈 콘텐츠 사업에 전혀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동영상 중심의 키즈 콘텐츠는 아이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노출될 가능성도 최근 유튜브의 '엘사게이트'가 잘 보여줬다. 엘사게이트는 특정 콘텐츠 제공자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교묘하게 편집해 성인물로 만들어 아이들이 시청하도록 만든 사건이다.

키즈 콘텐츠의 가치가 미래 고객 확보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점도 증명됐으며, 이와 관련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