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러시아 소비재 시장의 두 자리수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주요 수출품목인 식음료,화장품,가구 품목을 취급하는 현지 유통기업을 만나 러시아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을 위한 조언을 청취했다. <편집자 주>

▲ ▶ 예브게니 쿠즈네초프 Rosofis Ltd. 대표

체제전환 직후 막 태동하기 시작한 극동 러시아 사무용가구 시장을 이끈 한 기업이 있다. 개방전에는 사무실 문화가 자리잡지 못해서 사무용 가구 개념 차제가 없었던 까마득한 시절이었다. 군 제대 후 2년간의 짧은 사회경험을 갖고 과감히 창업에 나선 예브게니 쿠즈네초브 로스오피스(Rosofis LLC) 사장을 만나 극동러시아에 사무실 문화가 들어선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사무용 가구시장에 대한 생생한 시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업당시 초기는 3개의 현지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현재는 로스오피스만이 유일하게 생존한 기업으로써 40여명의 숙련된 직원과 5개의 직영매장 두고 연 매출 500만달러 규모로 연해주에서만 기록하며 지역 사무용가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쿠즈네초브 대표는 “러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은 사무용 의자를 프리미엄으로 두고, 이외 책상,책장 등은 현지조립으로 시장을 공략해야만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

 

- 언제 사업을 시작했는가?

“2003년 창업했다. 시베리아 옴스크 출신이었는데 연해주 블라디보스톡, 하바롭스크에서 군생활을 하며 블라디보스톡 시민이 됐다. 하하!

군 제대 후 2년간 지역 가구회사에서 경험을 갖고 어차피 해야 할 사업이라면 빨리해서 자리잡는게 좋겠다 생각해 독립을 결심하게 됐다.”

 

- 2년간 사회경력은 창업하기는 다소 짧은 경력은 아니었는가?

“맞다. 비즈니스 경험은 거의 없이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에 돌이켜서 생각하면 비즈니스 하면서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 함은?

“고객에게 거짓말은 최악의 금기사항으로 여겼다. 어떠한 경우라도 파트너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시장에서 기업의 명성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기준을 두었다. 러시아시장에서는 오늘 장사가 잘 된다고 절대 자만하고 안주하면 안된다. 시장과 기술이 빠른속도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에 고객의 마음도 상당히 변덕스럽다. 때문에 시장에서 기업의 명성은 어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업성공의 핵심요이다.”

 

- 초기 어떤 제품을 취급했는가?

“처음부터 사무용가구 한가지 아이템으로만 시작했다. 당시 시장에서 가구라 하면 일반 가정용가구가 통용된 시장이었다. 가구 시장 대부분이 가정용이었는데, 사업 밑천이 없다 보니, 큰 자본금이 들어가는 가정용가구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정용가구 사업은 전시장도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 보관창고를 운영해야만 사업이 가능했다. 반면 사무용가구는 고객과 선계약 후 주문하는 시스템이어서 자본력에서 부담이 덜 했다. 오피스가구 시장은 그만큼 고객과 계속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아야만 가능한 사업이었는데 창업전 2년간의 직장경력이 소중한 자양분이 됐던 것 같다. 그야말로 요즈음 말로 B2B사업이었다.”

 

- 창업 당시 사무용가구 시장상황은 어떠했는가?

“시장 태동기였다. 체제가 전환된 1990년 초반은 시장에 사무용가구 개념 자체가 없었다. 사기업들이 전무했으니 사무실 문화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시장에 사무용가구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95년 즈음이었다. 이후로 폴란드 등에서 제품들이 유입되면서 시장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 당시 한국산 제품도 유입됐는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극동러시아에는 1995년부터 사무용가구가 시장에 출현했는데, 그 제품이 퍼시스 브랜드의 한국산 사무용가구였다. 우리가 창업했던 2003년에는 한국산 제품과는 경쟁하는 구도였다. 창업전에 극동러시아 시장조사를 했는데 고객의 70% 이상이 한국산을 선호했다. 더우기 경쟁할 수 있는 대항마가 없었다는 것이다.”

 

- 초기에 사업은 어렵지 않았는가?

“ 물론 쉽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고생을 좀 했다.(하하) 발품을 정말 많이 팔았다 사무용가구는 고객도 중요하지만 주문제작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제조사와 신뢰도 그만큼 상당히 중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고객으로 부터 신용을 쌓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대리점 위치에서는 고객으로 부터 선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때 공급사와 신뢰관계로 자금문제를 완화할 수 있었다. 러시아시장은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나서야 거래를 틀 수 있다. 그래서 제조업체를 일일이 손수 찿아다니며 기업을 소개하고 협력기반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게다가 공장들이 서쪽에 집중돼 있어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 선금도 받지 않고 제품을 주문하면 리스크가 크지 않은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 한번도 돈을 떼인적은 없었다. 신생 기업일수록 이런 리스크가 잦다. 이는 경영자로써 의사결정사항으로 간주된다. 만약 결제를 못 받으면 당연히 공장에는 물품대를 결제하고 대리점이 창고에 보관했다가 다른고객을 찾아 전매해야만 했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사업자체가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 사무용가구의 러시아 시장을 어떻게 보나?

“수치로는 말하기 정확성이 떨어져 보인다. 쉽게 생각해 보자. 현재 모스크바에는 1만여개의 대리점이, 극동에는 10여개의 대리점이 활동하고 있다.”

 

▲ ▶ Rosofis 상설매장 1호점 내부 모습

- 회사의 본격적인 성장시점은?

“2006년부터 고객기반이 넓어지며 수입산 판매도 병행했다. 중국산 가구를 먼저 들여왔고 2010년부터 한국산 사무용의자를 고가 제품군으로 편입했다. 특정 원산지를 국한하지 않고 고객선호도에 따라 제품 중심으로만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시작했다.”

 

- 요즘 시장상황은 어떤가?

“2014년 이후 주문량이 대폭 감소했다. 사무실이 문을 닫고 신생기업이 줄어드니 제품 구매문의도 급감했다. 꼭 구매가 필요하면 저가로 구매했기 때문에 러시아, 중국산은 비교적 선방했다. 아직까지 회복세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기업 이윤이 늘어나야 가구도 럭셔리한 걸로 교체한다. 현재까지는 거래선의 선호도가 2014경제위기 이전으로 확실히 복귀한 것은 아닌 것 같다.”

 

- 한국산 제품은 시장에서 어떠한가?

“솔직히 사무용 책상, 책장들은 크게 경쟁력이 없다. 반면 사무용의자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초기 시장은 가격대비 높은 품질력으로 한국산이 최선호 제품을 각광 받았지만, 시간이 흘러 자구노력을 했던 러시아산이 선두위치를 꿰찬 것이다. 러시아 제조업체도 독일산 가공설비 등 첨단설비를 도입해서 그만큼 품질을 많이 개선시켰다. 하지만 사무용 의자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사용자의 신체구조 등을 고려해서 과학적 요소들이 제조과정에서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한국산 제품의 선호도가 높다.”

 

- 경기가 어려웠을 때 어떤 전략을 펼쳤는가?

“고객의 니즈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수입제품은 방법이 없었다. 환율대로 가격으로 인상해야만 했다. 고객들이 저가제품 선호양상이 뚜렷하니 중국산, 러시아산 중심으로 영업에 집중했다. 고객들이 이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활발히 움직이지도 않았다. 가구는 경기변동에 따라 구매양상도 그대로 반영하는 제품군이다. 그만큼 상당히 변덕스러운 제품중 하나이다. 경기가 좋을때는 고가의 수입산을 선호한다. 사정이 좋을때는 유럽산을 찾는 고객도 많다.”

 

- 러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업체에 조언 한말씀?

“진출목표 및 전략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진출 초기는 판매고를 높이는게 만만치 않다. 생소한 브랜드를 고객에게 알리는데는 대대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다. 동시에 고객에 유리한 판매조건을 제안해야 하는데, 사무용가구는 최종 소비자들이 기업이기 때문에 외상 신용이 요구된다. 한국 업체들이 러시아 파트너에게 어느정도 신용(Credit Line)을 부여, 판매한다면 좀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극동러시아에 생산 및 물류기지를 구축, 서부러시아로 판매하는 방안도 효과적이다. 의자 등 경쟁력있는 제품들을 프리미엄으로 두고, 여타 일반제품은 현지 조립으로 가격을 좀 더 경쟁력 있게 판매체제를 갖추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