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미국 정부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의 국내 중소 태양광업체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구조조정 업계는 국내 중소기업 태양광 업체가 이미 중국과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진 상황에서 관세폭탄을 맞을 경우 도산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미국 태양광 세이프가드 주요 내용.출처=산업통상자원부

미국 정부는 지난 22일 한국 등에서 수입한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해 2.5 기가와트(GW)를 초과하면 1년 차에 30%, 2년 차에 25%, 3년 차 20%, 4년 차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2016년 세계 각국에서 총 83억달러 상당의 태양광 전지와 모듈을 수입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중국에 이어 3위 대미 수출국으로, 지난해에 약 13억달러를 미국에 수출했다. 금액 기준으로 미국 수입 태양광시장의 15.6%를 차지했다. 태양광 업계는 현재의 낮은 이익률과 치열한 경쟁을 고려하면 15~30%의  관세는 수출업체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태양광 업계는 모두 그 파급효과를 두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

태양광 업계는 지난 24일 정부와 가진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이번 조치로 대미 수출뿐 아니라 미국에서 진행중인 태양광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등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타격을 타개하기 위해 업계는 미국 후방산업 업체와 고율의 관세를 분담해 격상승을 완화하는 방안과 미국 외 대체시장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대미수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한화큐셀은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판로를 다각화해 대응할 계획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26일 “미국의 수입제한조치로 수출이 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미국으로 수출하지 못한 잉여 물량을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미국과 거래하는 동안에도 다른 지역의 주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도 당장은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완성품 업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OCI 관계자는 “미국이 수입제한 한 품목은 셀과 모듈인데 원재료인 폴리 실리콘은 수입제한 품목이 아니다”면서  “OCI 폴리 실리콘의 경우 대부분 잉곳과 웨이퍼를 제조하는 중국 업체가 주로 수입해 이번 조치로 큰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셀과 모듈은 폴리실리콘(태양광 원재료 가공) → 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결정으로 만든 것·원통형 덩어리)→ 웨이퍼(원판·얇은판) → 셀(태양전지) →모듈(태양전지를 한데 모아놓은 패널)의 공정을 거쳐 완성되고 최종으로 발전 시스템에 설치된다.   완성품 단계의 셀과 모듈이 수입제한 조치에 해당하고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은 문제가 없다는 게  OCI 측의 설명이다.

태양광 업계의 전망과 달리 구조조정 업계는 태양광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태양광 업계가 미국 외로 수출을 다변화하겠다지만 주요 수입국인 중국도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이어서 중국업계도 연쇄적인 매출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어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업계는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의 경우 그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회생절차에 돌입할 태양광 업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태양광 사업체가 회생절차에 돌입할 경우 졸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회생절차의 기업에 대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의정부지방법원의 한 조사위원은 “회생절차 중에 있는 기업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작성할 때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다”면서 “미국의 긴급수입제한 조치는 대미 수출 의존도 높은 태양광 사업체의 계속기업가치에 부정의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생절차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산업 전망을 고려해 인수를 주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파산절차에 돌입한 전북 익산의 태양광 웨이퍼 등을 생산하는 넥솔론도 설비 등의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수웅  넥솔론  전 노조위원장은 이코노믹리뷰에 "넥솔론 자산에 관해 중국 업체가 관심을 보였지만 중국도 세이프가드 대상이어서 상황이 어렵게됐다"고 평가했다.  구조조정 업계는 미국의 이번 조치로 중국이 설비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으로 내다고보고 있다. 

변수는 정부 협상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정부는 양자 협의를 통해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협정에 합치되지 않는 과도한 조치라는 점을 지적하고, 조치의 완화와 철회를 요청하는 한편 WTO 세이프가드 협정 8.1조에 따른 적절한 보상의 제공도 요청할 예정이다.

파산법조업계는 기업의 계속가치에 대외 요소를 반영하더라도 수입제한의 기간이 짧다면 위험요소는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율 안창현 대표변호사는 “통상문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 통상문제의 지속 가능성이나 예상 기간을 두고 기업가치를 평가한다”면서 "정부의 협상으로 수입제한이 수정되면 일시 유동성 위기는 단기간의 자금 수혈이나 M&A로 회생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