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OTT 강자 넷플릭스가 25일 서울에서 ‘넷플릭스, 정주행(情走行)의 집 행사’를 열었다. 넷플릭스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특유의 콘텐츠 소비 형태인 정주행에 빗대어 해소한다는 취지임과 동시에,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넷플릭스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구독자들의 시청 시간이며, 이를 위해 지역과 장르를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제시카 리 부사장은 “역동적인 제작자 커뮤니티와 뛰어난 스토리텔러들이 있는 한국은 넷플릭스 콘텐츠의 전략적 요충지”라며 “새롭고 독특하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야말로 한국과 글로벌 그 어느 지역에서도 넷플릭스가 사랑받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나이젤 뱁티스트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디렉터는 넷플릭스의 사용자 경험 확장을 설명했다. 그는 “넷플릭스의 최대 목표는 오로지 구독자의 완벽한 사용자 경험”이라면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디바이스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나이젤 뱁티스트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디렉터가 넷플릭스 사용자 경험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치진홍 기자

넷플릭스는 1997년 DVD 배달에서 출발해 2007년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8년 캐나다에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2013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2016년 1월 세계 130개 나라에 동시진출해 현재 1억1700만회원, 190개 나라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나이젤 뱁티스트 디렉터는 넷플릭스의 폭식시청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즌별 전체 공개를 두고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방식에 개인화된 시청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뜻”이라면서 “콘텐츠를 동시에 전 세계에 출시하는 것도 넷플릭스의 중요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키즈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며 하나의 콘텐츠에 다양한 언어 환경과 자막을 제공하는 것, 많은 디바이스와의 호환을 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나이젤 뱁티스트 디렉터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콘텐츠 시장”이라면서 “앞으로 많은 파트너들과 협력해 넷플릭스의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롭 로이 넷플릭스 콘텐츠 수급 담당 부사장은 구체적인 콘텐츠 수급, 이와 관련된 넷플릭스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들과 만나고 있다”면서 “한국의 ‘옥자’, 캄보디아의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제작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화 콘텐츠 큐레이션에 대한 강점을 설명하는 한편 콘텐츠 시청 패턴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롭 로이 넷플릭스 콘텐츠 수급 담당 부사장이 콘텐츠 수급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오리지널 콘텐츠의 라이선스 계약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나 지역 콘텐츠가 있는지의 질문에는 “특별히 없다”면서 “오로지 구독자들의 시청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콘텐츠가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광고 삽입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각 나라별 구독자 집계는 공개하지 않으며, 그 이유가 ‘구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해 눈길을 끌었다. 오로지 시청률, 또는 시청 시간이 넷플릭스의 핵심 전략이라는 뜻이다. 이를 보장할 수 있다면 어떤 파트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내부에서 다른 구독자의 취향을 참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질문에는 “철저히 개인화된 플랫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넷플릭스가 구독자를 분석해 취향을 파악해 큐레이션하기 때문에 다른 구독자의 취향을 참고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다만 넷플릭스 플랫폼 외, SNS나 홍보 창구를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틀린 스몰우드 넷플릭스 사이언스 및 애널리틱스 담당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콘텐츠 큐레이션에 대해 소개했다. 구독자의 취향을 조사해 이를 분류하고, 콘텐츠 큐레이션에 나서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 케이틀린 스몰우드 넷플릭스 사이언스 및 애널리틱스 담당 부사장이 넷플릭스 콘텐츠 큐레이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콘텐츠 큐레이션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새로운 콘텐츠 발굴’이라고 강조한 대목이 중요하다. 케이틀린 스몰우드 부사장은 “콘텐츠 큐레이션 기능의 가장 중요한 강점은 새로운 콘텐츠 발굴 가능성에 있다”면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콘텐츠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나라별로 넷플릭스 타이틀 이미지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고 설명하며 정교한 큐레이션 전략이 개입한다고 말했다. 케이틀린 스몰우드 부사장은 “회원들을 다양한 취향 클러스로 묶어 통계에 따라 콘텐츠 큐레이션을 시도한다”면서 “구독자의 콘텐츠 감상시간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취향을 설정한 후 인공지능 기술에 사용되는 머신러닝, 트리 기반의 다양한 알고리즘을 더해 콘텐츠 큐레이션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특정 지역의 종교적, 문화적 감성을 콘텐츠 큐레이션에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의미가 없다”면서 “콘텐츠의 취향 커버리지는 구독자의 취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강점을 중심으로 플랫폼 전략을 구사한다고 알려졌으나, 냉정하게 말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이 높은편은 아니다. 올해 80억달러를 투자해 콘텐츠 수급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고 발표했으나 그 중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는 한정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모든 콘텐츠를 오리지널로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콘텐츠 수급과 오리지널 콘텐츠를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전자의 경우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에 알려지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 조나단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망 사용료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최근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협상을 통해 극적 타결에 이르는 등,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 중심에서 넷플릭스도 망 사용료에 대한 이슈가 발생할 경우 ‘사용료를 제공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나단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통신사들과 협력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통신사들도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윈윈하는 이상,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원론적인 설명이지만 향후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이슈에 대해 전향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