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는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진지한 장르보다 사회 비판 주제나 정치 이슈를 더 수월하게 공론화할 수 있다. 코미디는 인간미와 유머에 기반을 둔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현 사회 체제의 전복을 시도하며 유토피아적 사회공동체의 재건설을 꿈꾼다. 따라서 코미디 영화를 본다는 것은 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온 ‘코미디(Comedy)’의 정의다. 최근 본 <그것만이 내 세상>이란 영화를 보고 떠올린 단어가 ‘코미디’였다. 영화를 광고하는 전단지도 웃음과 감동을 준다고 선전했다. 맞는 말이다. 한물 간 전직 복서 김조하(이병헌)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동생 오진태(박정민)와 격투기 게임을 하는 모습이나 이들의 대사를 듣다 보면 웃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영화는 웃음만 주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온갖 병폐를 슬쩍슬쩍 비춘다. 만화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저소득층의 사람들, 전단지를 돌려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 가정폭력에 희생된 여성들, 이혼, 가정의 와해와 버려진 청소년의 생존을 위한 사투, 청소년의 꿈을 짓밟고도 반성 없는 어른들, 늙어서도 일해야 하는 고령화 사회 한국, 자폐아, 음악계의 부정부패, 음악계를 쥐락펴락하는 재벌가 등 한국 사회의 민낯이 녹아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그저 웃음과 감동을 주는 영화로만 봐서는 안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가 화해를 이루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재벌이 선뜻 자폐아를 지원한 예도 찾기란 쉽지 않다. 현실은 냉혹하고 차다. 저소득층, 취약계층을 보듬지 않는다. 현실은 자비롭지 않다. 몰인정하다.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의 일면이다. 이런 사회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면 냉소를 받기 십상이다. 냉정한 현실과 이상 간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음에도 우리 사회의 집단무의식을 읽어내려는 시도를 하는 이유를 읽어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우리사회의 집단무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칠까? 집값을 정부가 잡아서 집값이 오르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무의식 말이다. 정부가 내놓은 ‘8.2대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대책을 보면 그런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다주택자 대출 규제, 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도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에 국민이 짓눌리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를 비판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집값을 잡는 일이 가능하느냐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휘두른 칼에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내려간 걸 보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반면 서울, 특히 강남 집값은 요지부동이거나 수직상승한 것을 보면 집값은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강남 집값이 오른 것에 대해 혹자는 다주택자 투기 때문이라고 하고 혹자는 수요가 많아서 오른다고 한다. 혹자는 저금리로 넘쳐나는 돈이 갈 곳이 없어 강남으로 몰리는 투자 탓이라고 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다른 데는 오르지 않고 유독 강남만 오른다는 점에서 강남 집값 잡기는 실패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뇌리를 스친다.

자금력 없이 강남 집을 살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정부가 대출을 죄려는 것은 상식에 맞는 대책인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대출을 끼지 않고도 강남 집을 살 수 있는 재력을 갖춘 이가 이 나라에 꽤 많다는 점이다. 수백억대 자산가가 즐비하다는 소문도 듣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강남은 정주여건이 탁월한 시장이다. 당장 지하철 노선과 지하철역 수를 강북과 강남을 비교해보라. 그런데도 서울시와 정부는 강남권에 계속 사방팔방으로 지하철을 놓고 역을 설치하고 있어 여건은 더 좋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속철(SRT)이 들어서 지방 가는 일이 더욱 수월해졌다. 강남은 사통팔달의 교통을 자랑한다. 이웃 판교밸리에는 최첨단 기업들이 들어섰다. 이것이 수요자가 몰리고 강남불패라는 말이 나오는 근본 원인임을 왜 모르는가.

따지고 보면 강남 불패는 정부가 만든 것이다. 지금도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강남불패를 깨뜨리겠다고 하니 모순이다. 강남에만 올인하지 말고 강북, 지방에도 강남에 쏟은 노력의 반의 반이라도 쏟아보라. 그렇지 않으면 부동산을 잡겠다는 노력은 한 편의 코미디로 막을 내릴 것이리라.